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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아이티 대통령 피살… "사저 침입한 무장 괴한이 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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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아이티 대통령 피살… "사저 침입한 무장 괴한이 총격"

입력
2021.07.07 21:59
수정
2021.07.0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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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의회 해산 뒤 독재… 2월 물러났어야"

7일 사저에서 무장 괴한에 의해 암살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2017년 3월 당시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7일 사저에서 무장 괴한에 의해 암살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2017년 3월 당시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살해됐다. 의회가 해산된 뒤 독재를 위해 정권 연장을 시도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티의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모이즈 대통령의 피살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모이즈 대통령이 이날 오전 1시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를 침입한 정체 불명 무장 괴한들에 의해 총격을 당했으며, 괴한 일부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인도 피습 과정에서 다쳐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제프 총리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을 “잔혹하고 야만적인 행위”라 비난하는 한편, 자신이 피살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수행할 것이라며 경찰과 군대가 치안을 통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티 야권은 그의 대통령 임기가 이미 올 2월 법적으로 종료됐다며 사임할 것을 요구해 왔다. 2015년 대선 혼란 속에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은 2017년 2월 실제 취임이 이뤄진 데 따른 논란이었다. 각종 부패 스캔들과 물가 상승, 연료난 등으로 민심이 악화하며 2018년부터 모이즈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2019년 의회 선거 무산으로 의회 없이 칙령 통치를 이어 가던 그는 야권의 퇴진 요구가 거셌던 2월 7일, 자신을 암살하고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를 적발했다며 대법관 등을 무더기로 체포하기도 했다.

9월에는 대선과 총선, 개헌 국민투표가 한꺼번에 예정돼 있어 혼란 심화가 예상되던 터였다. 치안도 악화해 최근 몸값을 노린 갱단의 무차별 납치 범죄도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암살되며 아이티가 더 극심한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경을 맞댄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은 모이즈 대통령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곧장 국경 폐쇄령을 내렸다.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아이티 국민에 애도를 표시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혐오스러운” 암살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티는 혁명으로 프랑스 지배를 벗어난 뒤 극심한 빈곤과 권위주의적 통치, 자연재해, 외세 간섭, 무장 갱단 세력 확대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 온 세계 첫 흑인 공화국이다. 인구 1,100만여 명의 60%가 하루에 2달러(2,200원)를 벌지 못한다고 AP는 전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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