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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기증관' 결국 서울에… "분란 속 새 미술관이어야만 하나"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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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기증관' 결국 서울에… "분란 속 새 미술관이어야만 하나" 지적도

입력
2021.07.07 17:51
수정
2021.07.07 19: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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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날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을 통합 관리할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 용산 또는 송현동 부지에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뉴시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날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을 통합 관리할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 용산 또는 송현동 부지에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뉴시스


정부가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을 소장하고 관리할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 용산이나 송현동 부지에 마련하기로 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희망해온 지방자체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분란을 키우면서까지 새로운 미술관을 짓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접근성·협업 고려했을 때 서울이 최적지라 판단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발표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 측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하면서, 조사와 연구, 전시, 교류를 추진할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 용산구 소재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문체부 부지(용산동6가 168-6) 또는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발표에 그동안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적극 희망해온 지방자치단체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부산, 대구, 수원 등은 지역 균형 발전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40여 군데에서 요청이 있었는데 어느 쪽으로 가도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국민의 문화적 향유, 이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며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를 후보지로 채택한 것은 두 곳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어, 교류와 협력이 용이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봤기 때문이란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기증품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위원장인 김영나 서울대 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다양한 기증품을 보존 관리 전시하기 위해서는 경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인력들의 협업이 필요한데, 기증품이 서울에 있어야 여러 가지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접근성 측면에서는 도심에 위치한 송현동 땅이 더 적합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7~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 이건희 기증관의 최종 후보지는 이르면 올해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황 장관은 “부지 결정은 조금 더 논의해야 할 부분이지만, 올해를 넘기지 않을 예정”이라며 “송현동은 지자체, 용산은 문체부 부지라 부지 비용은 들지 않겠지만, 건축비가 1,000억 원은 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양구 박수근미술관 등 지역 미술관에 기증된 작품들은 이건희 기증관에 통합되지 않는다. 문체부는 "그 지역과 연고가 있어 기증된 것들로 그것까지 통합하는 것은 기증자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분리 기증 의사 무시, 두 기관 위상 높일 기회 박탈 지적도

한국 고미술부터 동서양의 현대미술품까지 두루 수집한 고인의 철학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별도의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지만, 이 같은 결정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내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기증품 전국 순회 전시를 통해서도 실현이 가능한데, 굳이 공공 부지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새 미술관을 짓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지 않아서다. 미술관이 전문적으로 분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문화재와 미술품을 한데 모아 기증관을 만든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예술법 전문가인 캐슬린 김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수집가의 수집 방식도 나름의 큐레이팅이기 때문에 그런 취지를 살리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이건희 컬렉션이 다양한 곳에 흩어져 있어서 그 철학을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말했다.

조은정 고려대 초빙교수는 “유족 측이 문체부가 아닌,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각각 기증한 것인데, 문체부가 각 기관으로부터 이를 회수해 통합 관리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기증자의 견해를 충분히 고려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대표 전시공간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품을 통해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를 문체부가 박탈했다는 비판도 있다. 앞서 미술계는 '세기의 기증'으로 두 기관의 위상이 크게 높아져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해왔다. 조은정 교수는 “양 기관은 이건희 기증관이 생김으로써 각 기관의 가치를 높일 기회를 잃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영나 위원장은 “분리해서 기증한 것을 왜 하나로 모으냐고 말할 수 있지만, 소장자의 이름이 묻힐 수 있고 기증품을 한자리에 모아서 전시해야 기증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황 장관도 관련 질문에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를 살리려면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답했다.

캐슬린 김 변호사는 “기증품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기보다는, 이건희 회장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며 “근대 미술품이 대거 기증되면서 근대미술관 건립 기회가 엿보였는데, 이건희 기증관 건립 결정에 따라 좋은 기회가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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