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취임 뒤 첫 대화 확인… 지금껏 눈치
"코로나 실패 감추려 도발 준비"에 발끈한 듯
외신 "국경에 양측 병력 수만명 집결" 보도도
중국과 인도 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실패를 감추려 중국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로 중국 관영매체가 먼저 인도 측을 자극하더니, 그로 인해 심기가 불편해진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티베트 망명정부 수반 달라이 라마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응수하고 나선 것이다.
모디 총리는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달라이 라마의 86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가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기원한다”고 썼다. AP통신은 모디 총리가 2014년 취임 뒤 달라이 라마와 대화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모디 총리가 달라이 라마 생일을 축하한다는 의사를 공표한 것 자체도 수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난민이 된 뒤 인도에 정착해 인도의 자유와 종교 화합이 주는 이점을 완전히 누렸다”며 망명지인 인도에 감사를 표하며 화답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인도는 중국 눈치를 봤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티베트 침공 후 탈출, 1959년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중국은 그를 ‘조국 분열 활동가’로 규정한다. 2018년 초 뉴델리에서 인도 망명 60주년 사전 기념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하려던 티베트 망명정부의 시도가 무산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중국학 교수 스리칸트 콘다팔리는 로이터통신에 “지난해까지 정당 인사들에게조차 (달라이 라마 생일) 공개 축하가 허락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5월 ‘판공호 난투극’을 시작으로,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목숨을 잃은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같은 해 6월), 45년 만의 총기 사용(9월) 등 유혈 분쟁이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에서 이어지며 양국 간 감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화해 조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10차례 군사 회담 끝에 올 2월 국경 충돌 지역 히말라야 판공호수 일대에서 양국이 군 부대를 철수시켰고, 곧바로 외교장관 간 통화에선 관계 정상화 방안이 논의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목적의 인도·태평양 4개국 협의체 ‘쿼드’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인도라는 게 중국의 판단이기도 하다.
심상찮은 기류가 만들어진 건 최근이다. 갈완 계곡 충돌 1년 무렵인 지난달 1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코로나19 대응 실패로부터 다른 데로 국민 관심을 돌리려고 인도 정부가 군사력 증강을 통한 추가 국경 도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가망 없는 시도”라는 중국 인사들 주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65% 수준이었던 모디 총리 지지율이 이제는 집권 기간 7년 중 가장 낮은 37%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분쟁 지역의 긴장 수위도 올라갔다. 최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과 인도가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인 수만 명의 병력 및 군사 장비를 국경에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추가 군사 회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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