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코로나 재감염자, '중증 증상' 막는 세포 찾았다

신의철 교수팀, ‘줄기세포 유사 기억 T세포’ 최초 발견
장기간 유지돼 코로나19 방어
백신 개발 가이드 역할 할 듯

지난달 24일 오전 울산 중구 한 중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학생과 교직원 등 7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가 진행됐다. 이날 이 학교 교사 1명과 학생 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울산=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재감염된 경우 중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19를 방어하는 ‘기억 T세포’가 장기간 유지되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이 10개월간 추적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KAIST 신의철(왼쪽) 교수와 고려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 충북대병원 정혜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를 통해 코로나19를 방어하는 기억 T 세포의 면역반응이 10개월 동안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오른쪽은 제1 저자인 정재형 KAIST 박사과정 연구원. KA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정혜원 충북대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 회복자들의 기억 T세포가 10개월 동안 잘 유지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7일 발표했다. 특히 연구팀은 코로나19 회복 후 ‘줄기세포 유사 기억T세포’가 효율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전 세계 면역학 연구 중 처음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하면 방어 면역인 항체와 기억 T세포가 형성된다. 항체는 바이러스와 결합해 세포 감염을 막는 중화작용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고 변이 바이러스에도 취약하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걸렸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추적연구를 진행해 면역 기제인 기억 T세포가 살아남아 코로나19 재감염 시 중증 진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KAIST 신의철 교수와 고려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 충북대병원 정혜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를 통해 코로나19를 방어하는 기억 T 세포의 면역반응이 10개월 동안 잘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KAIST 제공

사람마다 코로나19 저항력이 다른 이유는 T세포의 ‘면역 기억’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한번 걸린 경우 기억 T세포가 장기간 유지돼 두 번째 감염 시에는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다. 연구진은 특히 기억 T세포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줄기세포 유사 기억 T세포가 잘 발생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신의철 교수는 “줄기세포를 닮은 줄기세포 유사 기억 T세포는 장기간에 걸쳐 기억 T세포 수를 그대로 유지해주는 재생 기능을 한다”며 “10개월 동안 줄기세포 유사 기억 T 세포가 유지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 개발의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현재 연구진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긴 기억 T세포의 특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