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6일 프랑스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선언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한국어 개막선언과 함께 6일(현지시간) 오후 74회 칸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봉 감독은 이날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함께 프랑스의 휴양 도시 칸의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칸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포스터는 프랑스어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스페인어로, 리 감독은 영어로 각각 한마디씩 개막을 알렸다.
개막식 당일에야 참석 소식이 알려진 봉 감독은 개막식 무대에 올라 "집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연락을 줘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막식에 와서 영화제 오프닝을 선언해달라고 해서 '아니 왜 제가?'라는 질문을 했다"며 "작년에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서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에 한 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짐을 연결해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2019년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듬해인 지난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공식 선정작만 발표했을 뿐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봉준호(오른쪽 두 번째) 감독이 6일(현지시간) 프랑스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봉 감독은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왼쪽부터),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함께 개막을 선언했다. AP 뉴시스
그는 "오늘 이렇게 와서 여러분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영화제가 끊어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영화제가 멈춘 적이 있었을지라도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백년 이상 동안 이 지구상에서 영화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개막식 무대 한 켠에선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배우 송강호가 먼저 올라와 환하게 미소를 띤 채 봉 감독의 개막 선언을 지켜봤다. 봉 감독은 이날 개막식 직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현지 방송과 인터뷰를 하며 "('기생충' 수상 이후) 너무 기쁘면서도 정신이 없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여유로운 마음으로 왔다"면서 "개막작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를 세계 최초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아네트'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 '퐁네프의 연인들'로 잘 알려진 카락스 감독이 2012년작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첫 영어 연출작이다.
봉 감독은 '기생충' 수상 후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상을 받으면서도 매일 시나리오를 썼다. 그게 일이니까. 어제도 시나리오 쓰다가 여기 왔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영화를 보는 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영화를 보는 게 일상이어서 집에서 스트리밍이나 블루레이로 많이 봤다"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맨 왼쪽)가 6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리는 제74회 칸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다른 심사위원들과 함께 레드카펫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뉴시스
봉 감독은 7일 오전 11시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조디 포스터 등과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칸영화제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까지 12일간 열린다.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지 못했지만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 받았다. '비상선언'에 송강호와 함께 주연을 맡은 이병헌은 폐막식에서 시상자로 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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