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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채식 괜찮을까? … "필수 영양조건 맞추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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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채식 괜찮을까? … "필수 영양조건 맞추기 힘들어"

입력
2021.07.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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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미 영양학 수의사가 말하는 '사료 노하우'
"반려동물 채식사료 보충제 잘 살펴봐야
?사료에 쓰인 문구보다 안전성 따져보길"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면서 반려동물에게도 채식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면서 반려동물에게도 채식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육식이 유발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르는 반려동물에게도 채식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해외에서는 이미 반려동물의 채식사료 급여를 두고 논란이 치열하다.

육식성인 고양이와 잡식성인 개의 채식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영양학 전문 수의사인 왕태미(41) 왕태미뉴트리션연구소 대표이자 대만의 맥(脈)진료 진무건강과학기술회사 대표는 "먼저 완벽한 채식 사료를 찾는 건 어렵다"라고 답했다. 채식 사료도 반려동물에게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D와 타우린 등은 결국 동물성 식품에서 추출해 보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왕태미 수의사가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쓴 반려동물 사료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왕태미 수의사가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쓴 반려동물 사료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왕 대표는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채식 사료의 효용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활동하는 왕 대표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반려동물 영양학 전문가다.

왕 대표가 처음부터 반려동물 영양학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대만에서 나고 자란 그는 국립 대만대에서 생물화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영양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농무부(USDA)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2006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요크셔테리어 피피(16세), 딴딴(15세)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피피가 뇌전증을 일으키면서 수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서울대 수의학과에 진학했고, 현재 같은 대학 식품영양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7년 국내에서는 반려동물 영양학 컨설팅 회사인 왕태미뉴트리션연구소를 차렸고, 대만에서는 가족이 경영하는 맥(脈)진료 진무건강과학기술회사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한국에 머물면서 반려동물영양학 강의를 주로 하고 있다.

채식 사료에도 동물성 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이 들어가 있다. 게티이미지 뱅크

채식 사료에도 동물성 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이 들어가 있다. 게티이미지 뱅크

왕 대표는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사료는 반려동물에 필수적인 영양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비타민D와 B12, 타우린 등은 주로 동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데 식물에서 발견된다 해도 양이 적은데다 흡수율이 떨어져서다. 실제 시중에 나와 있는 채식 사료에는 보충제가 들어 있는데, 막상 보충제 성분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는 "채식 사료가 친환경, 친동물복지라고 이야기하려면 보충제를 만들기 위해 이용되는 동물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 사료를 고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뭘까. 왕 대표는 "반려동물 사료 포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은 홀리스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휴먼그레이드 등의 표현은 사료회사의 마케팅일 뿐이다"라며 "이에 현혹되지 말고 사료의 안전성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가 만든 급여(feeding) 테스트 규정이 있는데, 이 테스트에 통과한 사료를 선택하는 게 기본이라고 왕 대표는 설명한다. 급여 테스트는 8마리의 동물에게 테스트하고자 하는 한 종류의 사료만 6개월 이상 먹이고, 적어도 6마리가 체중, 외모, 혈액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경우 통과할 수 있다.

왕 대표는 "꼭 AAFCO의 테스트 기준이 아니더라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사료 가운데 급여 테스트를 거친 제품은 많지 않다"라며 "소비자들이 사료회사의 마케팅이 아닌 안전성을 보고 선택한다면 사료업체들도 안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왕태미 수의사에게 물었다. 반려동물 사료 Q&A

육포는 칼로리는 높은 반면 포만감이 낮아 과식하기 쉬워 반려견에게 급여할 때 주의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육포는 칼로리는 높은 반면 포만감이 낮아 과식하기 쉬워 반려견에게 급여할 때 주의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료회사들은 보통 7세 안팎의 연령이 되면 시니어 사료를 추천한다. 시니어 사료를 먹여야 하나, 또 먹여야 한다면 품종 등에 관계없이 7세부터 시작하면 되나.

"나이가 들면 활동성이 떨어지고 신진대사 능력도 낮아져 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쉽게 뚱뚱해진다. 같은 사료라면 전보다 양을 줄이고, 같은 양을 주고 싶다면 칼로리를 낮춰야 한다. 영양흡수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필수 아미노산을 보완하고, 항산화제 등 노화방지에 좋은 재료를 첨가하고, 소화가 잘되도록 해야 한다. 노령동물에게는 위의 조건에 맞는 사료를 주는 게 좋다.

다만 대형견은 소형견보다 더 일찍 나이가 들고, 또 반려동물마다 건강 상태가 다르다. 반려동물의 상태는 보호자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사료회사가 정한 연령이 아니라 노령화가 진행됐다고 생각될 때 사료를 바꾸기를 권한다."

-사료를 고를 때 안전성 외에 꼭 따져봐야 할 성분이 있다면.

"단백질 함량(개 18%, 고양이 26%)과 칼슘과 인 비율이 1 대 1임을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식품에는 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만큼 칼슘을 섭취하지 않게 되면 골다공증이나 신장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몸에 과도하게 인 성분이 들어오게 되면 이를 조절하기 위해 뼈의 칼슘을 빼내야 해서다."

왕태미 수의사는 반려견에게 블루베리, 당근 등을 간식으로 줄 것을 추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왕태미 수의사는 반려견에게 블루베리, 당근 등을 간식으로 줄 것을 추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료 외 반려동물에게 추천하는 음식이 있나.

"사실 기르는 반려동물에게 사료 외 음식은 잘 주지 않는다. 특히 피해야 할 간식은 육포다. 칼로리는 높은 반면 포만감이 낮아서 많이 먹기 쉽고, 단백질 과다섭취의 원인이 된다. 더욱이 육포로 많이 이용되는 닭가슴살은 칼슘과 인의 비율이 1 대 17로 인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다. 대신 반려견에는 블루베리와 아기용 요거트, 브로컬리, 당근을, 고양이에게는 생연어를 추천한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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