휩쓸리고 매몰되고...해남·광양 2명 사망
"마을 어르신들이 80년만 이라고 하는데.... 진짜 하늘비가 징글 징글하요."
6일 오전 10시쯤 전남 진도군 진도읍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마을 정자는 물에 잠겼고, 상가의 진열 물건들은 흙탕물로 덤벅이 됐다. 가옥은 침수돼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경우는 내 평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3시39분 진도군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공무원들에게 "진도 전 지역에 대규모 침수피해가 예보됐다"며 "전 직원들은 담당 마을로 즉시 출동, 군민 안전을 강구하고 대피를 요구하라"는 긴급 문자를 발송했다.
주민 박모(82)씨는 "오전 4시쯤 집이 비가 잠겨 마을 주민 10여 명이 게스트하우스로 임시 대피했다"면서 "날이 밝아지고 보니 저지대 마을 집들은 물에 잠기고 온 세상이 거대한 저수지였다"고 말했다.
진도읍을 관통하는 진도천과 인접 도로, 농경지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하천물이 불었다. 진도읍 곳곳이 물에 잠겼고 폐허로 변했다. 진도읍내에 위치한 조금시장의 30여 상가 주인들은 날이 밝자 흙탕물을 퍼내기 시작했지만, 전날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어물 등 상품은 쓰레기 더미로 변했다.
진도읍에 이어 지산면 소포, 의신면 도목마을 등 마을과 마을을 잇는 큰 도로변에는 침대 매트리스가 둥둥 떠다니고 허리까지 올라온 물을 헤집고 사람들이 출근길에 나섰다. 차량을 끌고 나온 사람들은 중간에 차량을 포기하기도 했다.
진도교육지원청은 새벽부터 학교별로 연락을 취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진도읍 소재 학교의 등교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기도 했다.
전날부터 진도 지역에 내린 비는 이날 오후 1시를 기준, 고군면 495.5㎜, 의신면 483㎜, 진도읍 478.5㎜ 등을 기록했다. 평균 437㎜로 진도 월간 누계(436.9㎜) 보다 하루 동안 내린 비가 더 많았다.
인근 해남군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로 해남 현산에는 521㎜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오전 4시20분쯤 해남군 삼산면 일대 하천이 폭우로 넘쳐 60대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천경옥(61)씨는 "태풍도 아닌데 뭔 비가 이리도 내리는지 모르겠다"면서 "도로가 물에 잠겨 허리까지 올라오면서 논인지 저수지인지 구분이 안 되고, 장맛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것은 내 생전 처음"이라고 털어났다.
마을 진입도로가 물에 잠긴 일부 마을은 고립됐다. 주민 40여명도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저수지와 방파제가 붕괴되면서 농경지 침수로 모라자 황토물로 덮혔고, 일부 상가는 흙탕물에 덮혀 사람사는 곳은 아니였다.
광양에서는 가옥 4채가 매몰돼 실종된 80대 여성은 구조에 나서 이날 오후 2시30분쯤 발견했지만 사망했다. 진도 주택 49채, 해남 20채 등 130여 동이 침수를 당했고, 축사 42동도 무너졌다. 벼는 1만4,841㏊가 빗물에 잠겼으며 도로 23곳과 소하천 17곳이 유실됐다.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 3단계를 운영하며 인명피해우려지역에는 안전 관리를 지시하고 해안가, 방파제, 하천 등에 대한 예찰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도민들은 야외 활동과 외출 자제를 요청하고, 신속한 피해상황과 응급복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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