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父, 3년 전 딸 이어 아들도 살해
집안 명예 이유로 가족 간 '명예살인'
최대 10년형에 그쳐... 개정안 의회 제출
“그들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 그들을 죽인 데 대해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다.”
자녀와 사위를 잇따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이란의 아크바 코람딘(81)과 이란 무사비(74) 부부는 체포 후 범행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두 사람은 자녀들의 생활방식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기 때문에 목숨을 앗았다고 주장했다. 이란 사회의 악습인 ‘명예살인’이 되풀이되면서 이란 사회가 들끓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5월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장에서 한 남성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숨진 남성은 영국 유학파 영화감독 바박 코람딘(47)이었다. 경찰은 시신에 묻은 지문을 채취해 바박과 함께 살았던 코람딘 부부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시신 발견 전날 밤, 부부가 대형 쓰레기 봉투와 휴대 가방을 수차례 옮기는 것도 확인했다.
노부부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부부는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줄로 묶어 살해했다고 말했다. 시신은 토막 내 쓰레기 봉투 등에 담아 여러 곳에 유기했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은 폭력적이고, 놀면서 밥만 축내고,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는 등 타락한 생활을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추가 범행도 밝혀졌다. 10년 전 사위를 살해한 데 이어, 3년 전엔 딸도 죽였다고 경찰에 실토한 것이다. 부부는 “사위가 술을 먹고 딸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죽였고, 그 후 딸이 술과 마약에 중독되는 등 생활 방식이 바르지 못해 살해했다”고 밝혔다. 앞서 부부는 딸과 사위 모두에 대해 실종 신고를 했었다. 경찰은 희생자 3명 외에, 실종된 또 다른 친·인척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노부부의 잔혹한 범행이 드러나면서 이란 사회에선 “명예살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슬람 국가에서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은 인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끔찍한 범죄가 계속돼 왔다. 이란 법원은 지난해 남자친구와 가출한 10대 딸을 붙잡아 살해한 아버지에게 고작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올해 초 참수된 채 발견된 20세 동성애자 남성도 가족들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 샤리아법에 근거한 이란 형법은 자녀의 후견인으로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해당 자녀를 살해해도 최대 10년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 살인사건에 비해 매우 낮은 형량이다. 명예살인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다. 이란 법무부는 최근 들어서야 남성 후견인이 가족 구성원을 상대로 명예살인을 저지를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란 당국 관계자는 “코람딘 부부는 사위 살해 혐의가 인정된다면 (자녀를 살해한 것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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