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하는 동물’이다. 일에서 보람,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평생직장’은 동화 속 이야기가 됐다. 기성세대는 낮아지는 정년에 등 떠밀리듯 회사를 나오고, MZ 세대는 ‘경력 같은 신입’만 찾는 기업에 취업 꿈을 접고 있다. 실직자든, 취준생이든 원하는 건 하나, 안정적인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다. 취업에도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이하 인천개발원)은 25년째 인천 지역의 기술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는 전문 직업 교육 기관이다. ‘내 일(Job)이 없으면 내일(Future)도 없다’는 슬로건 아래 직업 교육을 진행하는 인천개발원은 인천의 미래 전문 기술인들을 위한 배움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발원의 목표는 수료생들이 평생직장 대신 ‘평생 직업’을 찾는 것이다.
◇ ‘실무 중심’ 교육 커리큘럼... “업무 시 큰 도움”
최근 한 취업 포털 설문에서 응답 기업(330곳)의 절반 이상(53.3%)은 “신입보다 경력직을 우선 채용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바로 업무에 투입할 인력이 필요해서”가 가장 많았다(73.9%, 복수 응답). 경력자, 경력 같은 신입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전직 희망자, 사회 초년생, 취준생은 설 자리가 줄고 있는 것이다.
인천개발원은 이런 흐름에 맞춰 모든 교육 과정의 중심을 ‘실무’에 두고 있다. 대학에서 메카트로닉스 공학을 전공한 이재영(25)씨는 코로나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고민 끝에 인천개발원 입학을 결정했다. 이씨는 “실무 경험과 지식을 함께 쌓고 싶었다”며 인천개발원만의 장점으로 최신 실습 시설, 꼼꼼한 복습 함께 ‘실무 중심의 교육 커리큘럼’을 꼽았다.
이씨는 개발원 수료 뒤 취업에 성공, 현재 외국계 기업에서 자동화 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개발원에서 배운 것들이 업무 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어떤 기계를 유지 보수를 하려면 그 기계의 원리를 알아야 고장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개발원에서 기계의 동작 장면을 봤기 때문에 고장 원인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개발원에서 배운 내용과 취업 분야에서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았기 때문에 취업 뒤에도 꾸준히 일을 즐기고 있다”며 “개발원에서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찾는다면 노력은 알아서 하게 되고, 목표는 저절로 생긴다. 마찬가지로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풍부한 경력의 교수진...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도 ‘금상’ 수상
건축 업체 다해에프엔씨 인테리어 사업부 소속 김동일(30)씨는 ‘해외파’다. 군 전역 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건축 현장에서 내장 목수 등으로 일했다. 2년간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씨는 공방에서 6개월간 생활하다가 인천개발원에 입학했다. 김씨는 “외국 현장 경험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좀 더 전문적 교육을 받는 게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방기능경기대회는 17개 시·도 위원회가 주관하는 지역 단위 기술 경진 대회다. 총 53개 분야에 매년 수백, 수천명이 출전해 솜씨를 겨룬다. 김씨는 지난해 인천광역시 지방기능경기대회 실내 장식 부문에 참가, 당당히 금상을 거머쥐었다. 개발원에서 본격적으로 인테리어를 배운 지 1년도 안 돼 거둔 성과였다. 김씨는 모든 공을 담당 교수에게 돌렸다.
인천개발원의 모든 교수진은 각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현직자 출신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들이다.
김씨는 “담당 교수님의 추천과 지도로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금상을 받을 수 있었다. 취업 과정에서도 좋은 스펙으로 작용했다”며 “(무엇보다) 교수님께서 가구 업계에 오래 종사하신 덕분에 숙련도가 매우 높았다. 다른 기관과 비교해 넓은 작업장, 장비도 실습 경험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재취업에도 강하다... “수강생 475명 中 325명, 재취업 희망자”
30년 넘게 건축 현장에서 숙련공으로 근무한 박종찬(60)씨는 코로나 이후 전직을 결심, 집에 가까운 국가 무상 교육 기관을 찾던 중 인천개발원의 존재를 알게 됐다. 박씨의 주 업무는 비계 설치.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전기 현장도 나갔기 때문에 당시 경험을 살리기 위해 전기설비내선공사 과정에 지원했다.
남들은 은퇴를 결심할 시기, 박씨는 도전을 강행했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박씨는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상담, 조회, 종료 시간에 담임 교수님이 (학생들을 이끄는) 자석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교수진의 남다른 열정·지식·경륜이 없었다면 자신은 물론 동급생들도 배움의 끈을 쉽게 놓았을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박씨가 속한 반은 전원 전기기능사자격증에 합격하는 결실을 거뒀다.
박씨는 개발원 수료 뒤 한 시설 관리 업체에 취업, 현재 수도권 아파트 단지 기계 전기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직 전기 배선을 다루는 게 낯설고 어색하지만, 주위 도움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 그는 “세대 수가 커 민원도 많은데, 제대로 원인을 짚어 민원인의 문제를 해결해줬을 때는 큰 보람을 느낀다”며 “시설 과장, 대리, 주임 등 동료의 도움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인천개발원에 따르면 전체 수강생의 68.4%가 재취업 희망자일 만큼 최근 전·이직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취업 희망자들은 한 번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의지, 노력이 남다르다. 박씨는 “길은 있다. (만약)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인천개발원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인천개발원은 최근 취업 트렌드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려면 ‘평생직장’ 대신 ‘평생 직업’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천개발원 임채문 원장은 “최근 개발원에 입학하는 교육생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고, 기업은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개발원은 이에 맞춰 모든 연령대에 적용할 수 있는 현장 친화적 교육 과정을 개설, 실무에서 바로 활용이 가능한 전문 기술 교육 훈련 과정을 모집·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직자들이 전문 기술을 배워 평생 직업을 구하고, 내일의 꿈을 펼칠수 있도록 개발원은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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