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정 PD가 밝힌 '마인' 연출 의도
"동성애 소재, 전혀 우려 없었다"
'마인'은 단순히 재벌가 두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출을 맡은 이나정 PD의 고심이 있었기에 재벌가의 탐욕, 동성애, 모성애 등 다양한 소재가 자연스럽게 한 데 어우러질 수 있었다. 작품은 상류층의 끝없는 욕망과 덧없는 인생사까지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담으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5일 이나정 PD는 본지와 tvN 주말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연출 이나정) 관련 인터뷰를 서면으로 진행했다.
이나정 PD가 메가폰을 잡은 '마인'은 지난달 27일, 평균 11.2%, 최고 12.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작품은 서희수, 정서현을 비롯해 모든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서사와 매력을 가져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또 이야기 속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긴장감을 선사하고 강인하고 빛나는 여인들의 여정을 보여주며 깊은 임팩트를 남긴 바 있다.
먼저 매 회차가 거듭될수록 상승곡선을 이뤘던 '마인'의 인기에 대해 이나정 PD는 "진심을 다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 제작진들과 즐겁게 봐주신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시청자들이 풍성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보았으면 했다. 눈과 귀가 호강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 상류층 삶 연구하며 방향성 잡았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이나정 PD는 "볼거리가 있지만 식상하거나 산만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신만의 연출 포인트를 잡았다. 이나정 PD를 비롯한 연출진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비주얼 프리 프로덕션팀을 만들어 4개월 간 콘셉트를 그려냈다. 특히 현재의 상류층은 어떤 건축물을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쓰고 입고 먹는지 충분히 조사한 후 이를 토대로 만들고 싶은 이미지와 방향성을 분명하게 그려냈다.
이에 대해 이나정 PD는 "고급스러움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비움과 채움을 확실하게 선택하면서 부자들의 실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상류층 역시 고급스러움 속에 살아갈 뿐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엉망진창의 관계들, 공허한 욕망들, 모순적인 감정들을 아이러니하게 펼치고 싶었다. 또 그 안에서 진짜 중요한 나의 것을 찾는 이야기를 표현하려 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김서형, 멋진 중심 가진 배우"
특히 '마인'은 재벌가 속 여성 연대에 대한 이야기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감독부터 작가, 배우들까지 여성 중심 서사를 계획하게 된 계기가 사뭇 궁금증을 모았다. 이나정 PD는 "처음에는 두 엄마의 이야기였으나 여성 연대에 관한 이야기로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했다. 대중적이면서도 신선한 여성 서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여성스러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싶었던 작품"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김서형과 이보영이 가진 강하고 멋있는 모습이 좋았고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들을 향한 감사한 마음도 함께 전해졌다. 이나정 PD는 "김서형의 순수하고 깊은 눈빛을 시청자들과 함께 봤다. 짧은 한 장면에도 그 캐릭터가 살아왔던 인생 전체를 표현하는 연기력에 놀랐고 감사했다. 단순한 센 캐릭터로 소비되기에 아까웠다. 김서형이 정서적인 풍부함과 멋있는 중심을 가진 배우인 것을 이번 작품을 통해 모두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보영은 맑고 강한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표현해줬다. 대기시간에 편안하게 있다가 순간적으로 몰입해서 연기를 해나가는데 놀랄 때가 많았다. 지적이고 차분한 느낌도 있지만, 그보다 직관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다. 7부 엔딩 같은 폭발력 있는 장면들에서 한순간에 화면을 장악하는 능력이 엄청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인'의 유일한 악역, 한지용(이현욱)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한지용은 극 초반 다정한 남편의 탈을 벗고 자신과 자신의 핏줄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악랄한 실체를 드러냈다. 극 중반에 드러난 한지용의 죽음이 밝혀지며 한지용을 죽인 진범이 누구일지 초미의 관심사가 모이기도. 한지용을 완벽히 소화한 이현욱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이나정 PD는 "이현욱은 자신만의 큰 그림을 가지고 다채로운 연기력의 향연을 보여줬다. 의외로 액션을 너무 잘한다. 앞으로 멋있는 장르물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표현했다.
이밖에도 효원 가(家)의 주축을 맡은 박혁권과 박원숙에 대해 "현장에서 팬심으로 연기를 지켜보게 만든 두 배우였다. 시청자들이 '마인'을 통해 두 배우의 내공을 봐주셨으면 했다. 개인적으로 박혁권의 균형감 있는 감정씬, 박원숙이 표현한 인생의 쓸쓸함과 외로움들이 좋았다"고 꼽았다.
"동성애 소재, 연출 우려 없었다"
극중 첫째 며느리 정서현과 작가 수지 최(김정화)의 러브 라인 역시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현실에 부딪히며 서로를 잡고 있던 손을 놓게 됐다. 동성애 소재를 조심스럽게 또 아름답게 그려냈는데 이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이를 두고 이나정 PD는 "동성애 장면이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멜로'를 연출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담백하면서도 정서는 깊이 있게 가져가고 싶었다. 김서형 김정화가 몰입감 있게 잘 연기한 덕분에 우려는 특별히 없었다"고 밝혔다.
배우, 작가부터 연출까지 '마인'의 주역은 단연코 여성이다. 여성들이 모여 연대했고 그들의 중심 서사가 시청자들을 환호케 했다. 최근 방송, 영화계 여성 감독의 광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나정 PD는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여성 연대'에 대한 폭발적 반응에 이나정 PD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반갑게 생각한다. 다양한 인생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 드라마이듯,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연출자가 더 많이 나와서 풍부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가치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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