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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노동국가라는 오명

입력
2021.07.06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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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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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전통 우방국과의 동맹에 기초한 중국과의 대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노동과 환경이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특히 노동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으로 그 분야 전문가인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를 임명한 데서 잘 드러난다. 바이든 행정부의 노동 중시 경향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취해진 통상정책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노동이 어떻게 통상과 연결되는지 이해가 쉽지 않다. 흔히 ‘강제노동(forced labor)’이라고 하는 무역에서의 노동은 미성년자 노동과 열악한 환경이나 조건에서의 노동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을 통해 생산된 상품의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점에서 통상과 직접 연결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이 중국의 신장(新疆)지역에 내린 무역 제재다.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탄압과 강제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제품과 토마토의 미국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5월에도 같은 이유로 중국의 특정 선단 전체가 어획한 해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으며, 6월에도 신장에서 생산된 태양광 발전 재료인 폴리실리콘 수입을 규제했다. 뿐만 아니다. 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의 강제노동과 인권 탄압을 적시하고 향후 국제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없애기로 한 공동성명을 채택하는데 미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WTO 협상에서도 미국은 강제노동을 이용해 잡은 수산물은 불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전 트럼프 행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미국의 모습이다.

미국의 조치를 좁게는 중국과의 대결로 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인간의 존엄성 차원에서 강제노동의 금지와 인권 보호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강제노동을 이유로 한 미국의 제재 조치가 중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은 대만 국적의 원양어선에서 잡은 참치와 관련 수산품의 대미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원양어선에서 행해진 강제노동 때문이었다. 작년 말에도 세계적 팜유 생산기업인 말레이시아의 '사임다비'(Sime Darby)사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는데, 강제노동과 근로자 학대가 그 이유였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가장 큰 걱정은 1차 산업이다.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어선 4척 중 1척에서 선원 학대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선상 강제노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별로는 중국과 대만 어선에서 가장 많은 강제노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나 일본도 불법 노동행위로 강한 의심을 받는 국가다. 비단 미국의 노동 중시 통상정책이 아니더라도 선원의 권리와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범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대세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어선원노동협약은 이미 4년 전에 발효되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어선안전 강화와 선원인권보장 등 어선안전협약을 마련한 지 오래다. 지역수산기구(RFMO)는 선원 노동관련 규정을 위반할 경우 불법어업으로 간주하겠다고 한다.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동남아 농업연수생의 생활환경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다들 눈을 감고 있는 사이 BTS와 세계 영화제 수상으로 국격이 한껏 올라간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강제노동국이란 오명을 쓸 수 있다. 이제 한국은 물론 세계 소비자들도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할 권리가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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