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안산동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무효 소송' 1심 승
교육당국 상대 소송 냈던 10개 자사고 모두 이겨
"바뀐 평가기준 늦게 통보해 예측 가능성 낮춰" "일부 지표는 자사고 설립 목적과 무관"
교육당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둘러싼 자사고와의 법정 싸움에서 완패했다.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를 시작으로 8일 경기 안산동산고까지, 10곳에 달하는 학교와 벌인 ‘소송전(戰) 1라운드’에서 전패를 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등은 당장 항소를 통해 법원에 재판단을 요구하고는 있지만, 1심 법원들이 워낙 자사고 관련 평가 절차와 기준의 부당성을 꼼꼼하게 지적한 탓에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변경 기준 뒤늦게 통보, 일부는 자사고 평가 목적 안 맞아"
법조계에선 이날 학교법인 동산학원에 패소한 경기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이 10번의 재판에서 잇달아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로 지정 취소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부족을 꼽는다. 특히 재판부들이 공히 각 교육청들이 평가계획을 학교에 미리 알리지 않고, 바뀐 기준을 소급해서 적용했다는 걸 문제 삼았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사고 지정 및 취소를 5년마다 갱신해 온 교육청이 2015년 3월부터의 운영성과를 평가하는 2019년 평가 기준을 2018년 말에야 통보한 건 명백한 절차적 흠결이라는 것이다.
이날 안산동산고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 역시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2019년 자사고 지정 및 취소에 관한 심사 당시 심사 기준에 많은 변경이 생겼는데, 변경된 기준을 심사 대상 기간이 끝날 때쯤에야 통보하고 이를 이용해 심사한 것은 절차적 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고의 손을 들어준 부산지법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재판부는 "(소급 적용으로 인해) 해운대고가 2019년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바뀐 일부 지표가 평가 용도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로 거론된다. 예컨대 올해 3월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숭문고와 신일고의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학급자치 활성화를 위한 학급운영비가 학급당 20만 원 이상' 등 바뀐 지표의 일부 세부항목은 자사고의 지정 목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도 재판부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2월 배재고와 세화고에 승소 판결하면서 "다수 이해관계인들뿐만 아니라 국가 교육 시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법다툼 이어질 듯...헌재 변수도 남아
물론 교육당국과 학교 간 법정 싸움이 이대로 종지부를 찍은 건 아니다. 부산 및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이날 패소한 경기도교육청까지 모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서울 시민이 저를 선택할 때 부여한 소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8개 자사고 교장단 등이 "지정취소 처분에 사과하고 판결에 대한 항소를 즉각 철회하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여기에 교육당국은 앞으로 있을 헌법재판소 판단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교육부는 2019년 11월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2025년 모두 일반고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 2025년 2월까지 자사고 지위를 시한부로 유지시켰다. 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등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 만일 헌재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자사고 처분’을 강행했던 교육당국에는 상당한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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