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도발 등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던 모습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경제난 해소 등 사실상 ‘내치’에 올인하는 분위기만 감지된다. 대화 재개와 무력 대응 등 북한의 대외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첫 무대는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연합훈련)이 될 거란 관측이 많다.
북한은 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주요 인사들의 미국을 향한 담화나 군사적 움직임이 없이 ‘고요한 하루’를 보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인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문제 해결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것은 새로운 전진의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며 경제난 타개에 필요한 단합만 연일 되뇌었다.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지난달 22, 23일 “대화는 없다”는 김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연속 담화가 마지막이었다.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작년 미 독립기념일에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북미대화 가능성을 일축했고, 김 부부장도 일주일 뒤인 10일, 북미정상회담 재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담화를 냈다. 무력 도발도 있었다. 북한은 같은 해 7월 대함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2017년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올해 유달리 잠잠한 북한의 태도는 복잡한 내부 사정과 무관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29일 개최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중대 사건 발생”을 언급하며 당 고위간부들을 대거 교체했다. 아울러 올 초 발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첫해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도 내야 한다. 당분간 경제 성과를 독려하고 내부 기강을 다지는 데에 열중하느라 미국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숨 고르기’ 전략에 변화를 줄 유력한 변수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다. 한미가 훈련을 강행하면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도 북한이 극렬히 반발하는 한미연합훈련에 앞선 일종의 군사적 경고였다. 중국도 힘을 보태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일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에 가한 위협과 압박을 반성해야 한다”며 ‘혈맹’을 두둔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내치에 집중하며 대외관계에는 호흡을 길게 두고 있지만 한미연합훈련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내부 경제가 희생되더라도 정치적 공간 확보를 위해 무언가 행동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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