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흰색, 분홍색... 뚜껑 색깔 말고는 차이가 없어요.”
'필(必)환경' 시대의 핵심으로 자리한 ‘무라벨 생수’에 식음료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라벨’ 생수는 제품명, 제품 정보 등이 붙어있는 라벨을 뗀 투명한 형태의 제품이다. 환경을 고려한 브랜드 마케팅이 필수이지만, 제품 간 ‘차별화’ 문제로 무라벨 생수는 편의점 등 소규모 오프라인 매장에선 자리를 못 잡고 있다.
대형마트 PB 제품들도 모두 '무라벨' 열풍
이마트는 4일 자체브랜드(PB) 생수인 ‘피코크 트루워터’, ‘노브랜드 미네렐워터’ 등을 무라벨 상품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도 이달 말 ‘T스탠다드 마이워터’를 무라벨로 출시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여 ‘친환경’을 공략한 제품으로 시작된 무라벨 생수가 대형마트 PB 제품까지 진출한 셈이다. 이마트는 연간 약 1억 병의 생수에 라벨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벨을 뗀 생수는 판매 실적도 기대 이상이다. 편의점 CU의 PB 생수 제품인 ‘헤이루 미네랄 워터’ 500mL 제품은 무라벨 전략 도입 후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2% 증가했다. GS25도 PB생수 ‘유어스 DMZ 맑은샘물’을 출시 후 매달 매출이 95%씩 성장했다. 업계 중 가장 먼저 ‘라벨프리’를 도입한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에코는 1년 동안 1,010만 개나 판매됐다.
소매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무라벨 생수'...왜?
다만 무라벨 생수 인기는 편의점 등 소매점에선 시들하다. 제품 간 차별화 실패를 이유로 업체들이 입점을 꺼리고 있어서다. 생수 업계 1위인 제주 삼다수는 최근 ‘무라벨·무색캡·무색병’의 ‘3무(無)’ 생수를 선보였지만 편의점 입점 대신 대형마트와 온라인 판매에만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벨은 수원지 등 상품 필수 정보뿐 아니라, 브랜드를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브랜드를 음각하는 등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뚜껑 색깔로 상품을 구분하거나 보다 저렴한 제품을 보고 산다”고 말했다.
식음료업계는 이마트의 무라벨 생수 전환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편의점까지 보유한 이마트가 무라벨 생수 마케팅을 시작하면, 생수업계도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소매점에서도 ‘무라벨’ 경쟁이 불붙으면, 경쟁 기준이 ‘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생수업계 빅3와 PB 제품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올해 말부터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가 전국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페트병 비닐 라벨 문제는 식음료업계의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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