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권 실명계좌 면책 요청 거절
검증 책임진 은행들은 "당국 책임 회피" 지적
주요 은행들 "신규 거래소와 제휴 없을 것" 부정적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과 관련한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거부하면서, 은행들이 신규 거래소 검증 작업에서 손을 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은행권과 제휴를 맺은 4대 코인 거래소 외에 나머지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을 받아 당국에 신고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으로, 중소 코인 거래소의 대규모 퇴출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주 은행권의 면책 요구에 대해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반대하자, 은행권이 반발하고 있다.
앞서 은행권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더라도 실명계좌 발급 과정에서 은행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면책 기준’의 필요성을 금융위에 전달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은 은행에 핵심 검증 책임을 떠넘기고 마치 자신들은 책임이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국의 방침에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신규 제휴에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있다.
현재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신한은행(코빗), 케이뱅크(업비트)만이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다. 이들 은행은 기존 거래소와의 제휴 외에 추가 제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 거래소와 제휴가 없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현재로선 제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고, KB국민은행도 "제휴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4대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사실상 '하지 말라'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떤 은행이 추가 신규 제휴를 맺겠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기존 4곳 이외에 다른 거래소들의 퇴출 위기는 더욱 가시화된 것이다.
한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아무리 준비를 해도 은행이 검증해주지 않으면 거래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손을 안 대고 뒤에서 거래소 퇴출에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거래소 대규모 퇴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신고 예상 가상자산 거래업자를 이용 중인 투자자가 9월 24일 이전에 돈을 인출하거나 신고 사업자로 가상자산 이전 등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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