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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선언에도 끝나지 않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의 비극… 유엔 "40만명 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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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선언에도 끝나지 않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의 비극… 유엔 "40만명 기근"

입력
2021.07.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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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3만3000명 극심한 영양실조"
도로·통신 차단, 식량 공급도 어려워

지난해 12월 수단 동부 카다리프의 움 라쿠바 난민촌에서 티그라이 내전을 피해 탈출한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이 식량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카다리프=AFP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수단 동부 카다리프의 움 라쿠바 난민촌에서 티그라이 내전을 피해 탈출한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이 식량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카다리프=AFP 자료사진

총성은 잦아들었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8개월간 내전의 무대가 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선 무려 40만 명이 굶주림으로 사선(死線)을 넘나들고 있다. 국제 구호기구의 지원 노력에도 정부의 몽니 탓에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인도주의 위기가 갈수록 악화한다는 얘기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전날 티그라이 내전 관련 첫 공개회의를 열고 4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기근(famine)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아동 3만3,000명은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기근 직전 상황에 처한 사람도 180만 명에 달한다는 게 안보리의 추산이다. 라메쉬 라자싱감 유엔 긴급구호조정관은 “최근 몇 주 사이 티그라이 기아 상황이 극적으로 악화했다”며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식량난·영양실조·사망자 수, 모두 최악 상황

유엔은 통상 △전체 가구 20% 이상이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고 △아동 30%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이며 △인구 1만 명당 두 명 이상이 매일 사망할 경우, 이를 ‘기근 상태’로 규정한다. 이 지역은 이미 ‘식량난·영양실조·사망자 수’라는 3개의 악조건을 다 충족한,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앞서 유엔은 지난달 티그라이 식량안보 단계를 최고 수위인 재앙(IPC5) 단계로 격상했다. 식량 부족으로 죽음의 위험이 드리워졌다는 의미다. 현지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림에 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는 말(AP통신)까지 나올 정도다.

티그라이 지역 인도주의 위기는 지난해 11월부터 지속된 내전의 여파다. 2018년 총리가 된 아비 아머드는 집권 후 30년간 에티오피아 정치와 군부를 장악했던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을 부패 세력으로 지목했다. TPLF가 반발하며 작년 9월 자체 선거를 실시하자 아비 정부는 이를 내란으로 규정, 두 달 뒤 연방군을 투입하면서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2일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메켈레 재활센터에서 반군에 포로로 잡힌 정부군 군인들이 앉아 있다. 메켈레=AFP 연합뉴스

2일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메켈레 재활센터에서 반군에 포로로 잡힌 정부군 군인들이 앉아 있다. 메켈레=AFP 연합뉴스

아머드와 TPLF 간 충돌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민간인이다. 지난 8개월간 전투가 계속되면서 신생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이 숨졌다. 무고한 시민들은 병원 또는 시장을 찾았다가 무차별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 정부군이 반군 근거지인 티그라이 지역의 주민들을 집단 학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만명 이상은 난민으로 전락했고, 여성과 아동들은 성범죄 희생양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기근마저 겹치면서 시름의 그늘은 한층 더 깊고 짙어졌다.

정부, 말로만 '휴전'... 실상은 봉쇄 유지

전적으로 외부 도움의 손길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건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도로가 끊기고 전기와 통신도 차단돼 구호단체의 손길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지난달 28일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티그라이 지역을 떠나긴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외부와의 연락망 차단은 여전하고, 식량과 연료 등 자원 공급도 난망하기만 하다. 정부가 말로만 ‘전투 중단’을 외쳤을 뿐, 실제로는 주민들의 생명 줄을 틀어쥔 채 사실상 봉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정부 연합군은 핵심 인프라를 파괴해 긴급 구호품 전달을 어렵게 하고 티그라이를 고립시키려 한다”며 “정부군이 원조 호송차를 납치하고, 구호물품도 가로챘다는 게 유엔기구 등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CNN방송 역시 “티그라이 주도(州都) 메켈레에는 식량과 연료가 바닥난 상태”라며 “대부분 집엔 수돗물이 끊겼고 금융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그러나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 데메케 메코넨 하센 부총리는 “티그라이 주민 역시 우리 국민”이라며 “정부가 이들을 질식시키려 한다는 주장은 도를 넘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 등 인프라 파괴 책임을 반군 측에 돌리기도 했다. 티그라이 지역의 인도주의 위기가 언제쯤 종식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이유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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