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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에 끈적한 물질을 바른다면?... 美, MLB 부정투구 단속 논란

입력
2021.07.05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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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저하에 뒤늦게 단속 칼 빼든 MLB
조치 후 타율은 상승...투수 반발도 여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 투수 맥스 슈어저가 지난달 2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 도중 부정투구 단속을 하려고 심판이 다가오자 모자와 글러브를 내팽개치며 항의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 투수 맥스 슈어저가 지난달 2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 도중 부정투구 단속을 하려고 심판이 다가오자 모자와 글러브를 내팽개치며 항의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투수들의 부정투구 단속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지난달 22일 첫 단속이 시작된 뒤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타율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부정투구가 적발된 투수도 처음으로 나왔다. 그동안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나친 단속은 선수 모두를 사기꾼 취급하는 것’이라는 투수들의 항변도 이어지며 스포츠 존재 의미를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MLB는 지난달 초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외부물질(foreign-substance)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규제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했고 22일부터 실행에 들어갔다. 투수들이 공을 쥐고 던질 때 이런 ‘끈적이는 이물질(sticky stuff)’은 공에 힘이 실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당연히 반칙이다. 하지만 MLB는 최근 몇 년간 이를 엄격히 단속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6월 중순까지 리그 평균 타율은 0.238로, 1968년(0.233) 이후 최저치였다. 경기당 평균 삼진 숫자는 팀당 8.93개.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타자들의 불만이 컸다. 화끈한 공격이 사라지면서 흥행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MLB가 칼을 빼든 이유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심판이 지난달 27일 시애틀 매리너스 투수 헥터 산티아고의 부정투구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심판이 지난달 27일 시애틀 매리너스 투수 헥터 산티아고의 부정투구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22일 경기 이후 심판은 투수들의 글러브, 모자, 옷 등을 경기당 두 차례씩 살폈다. 이 과정에서 허리 벨트를 풀어 바지까지 벗는 방식으로 항의하는 선수도 나왔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고 선수노조 대표인 워싱턴 내셔널스 에이스 맥스 슈어저는 심판이 두 번째 검사를 하러 오자 모자와 글러브를 마운드에 내던지며 항의하기도 했다. 급기야 시애틀 매리너스 투스 헥터 산티아고가 지난달 28일 부정투구로 퇴장을 당한 뒤 혐의를 부인해 재심이 진행 중이다.

단속 이후 투수들의 성적은 떨어지고 타자들의 기세는 올라갔다. 미 AP 통신에 따르면 MLB 평균 타율은 4월 0.232, 5월 0.239에 그쳤지만 6월 들어 단속 얘기가 나오면서 0.246으로 뛰어 올랐다. 반면 직구의 1분당 평균 회전율은 4월 2,313회, 5월 2,323회에서 6월 2,257회로 줄었다. 투수들이 이물질을 공에 바르지 못하게 되자 공을 잡는 힘이 줄었고 그 결과가 회전율 저하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선수들은 불만이다. 규칙은 지켜야 하지만 모두를 범죄자 취급하는 단속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뉴욕 양키스 투수 자크 브리튼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내가 경기장에 온 소년이라면 아빠에게 이렇게 묻겠다. ‘무슨 일이죠? 왜 선수들이 단속을 당하나요?’ 그러면 아빠가 뭐라고 할까. ‘글쎄, 그들은 모두 속임수를 쓴다고 생각하나 봐.’ 당신이 우리가 속임수를 쓴다고 간주하는 게 야구 경기에서 원하는 건가? 그건 나쁜 관점이라고 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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