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세, 선발전서 진종오 누르고 1위로 도쿄행?
베이징 올림픽 진종오 모습에 반해 사격 입문
“사격의 매력은 긴장감…최선 모습 보여줄게요”
“사실 나란히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으로 너무 설레고 영광스럽습니다.” 김모세(23·상무)는 지난 4월 올림픽 선발전 10m 공기권총에서 ‘사격황제’ 진종오를 당당하게 제압하고 1위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특등 사수다. 지난달 28일 도쿄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그는 금메달을 향한 열정과 각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진종오 이야기만 나오면 천진난만한 소년의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모세에게 진종오는 사격에 발을 들여놓게 만든 우상이자 롤모델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진종오의 모습은 당시 열한 살이던 김모세의 머릿속에 진하게 각인됐다. 친구의 형을 통해 사격을 권유받았을 때도, 이후 사격을 그만두어야 하나 망설였을 때도 그가 떠올린 것은 세계 무대를 호령한 진종오의 모습이었다. 김모세는 “베이징 올림픽을 봤는데 나도 같이 긴장됐다. 짜릿한 기분도 있었고 멋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상과 나란히 올림픽에 가게 된 것도 영광인데, 사격화도 사주시고 너무 잘 챙겨주신다”며 “언젠가 나도 진종오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면서 사격에 입문한 김모세가 처음부터 사격에 소질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 실력은 중위권 수준이었다. 잘해봐야 20위권이었고 2011년 충무기 대회에선 공기권총 개인 34위에 그쳤다. 여기에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고 어머니가 생업을 책임지게 되면서 집안도 힘들어졌다. 지하철역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시는 어머니를 떠올릴 때면 운동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 그만두기에 김모세는 이미 사격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제대로 다시 한번 해보고 싶었다. “집은 서울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해선 아무것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직 사격만 하겠다는 심정으로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에 갔어요.”
전남체고에서 외부와 단절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김모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2014년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인전에서 처음 금메달을 맛봤다. 2016년 전남지사배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교 진학 이후인 2019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개인 1위, 단체 2위를 거머쥐었다.
그는 사격의 매력이 뭐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긴장감”이라고 답했다. 사격에선 극도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선수들이 숱하지만 김모세는 오히려 그런 순간을 즐기는 타입이다. “사격은 제법 긴 시간 진행되는 운동이거든요. 첫발부터 60발까지 1시간 넘게 쭉 쏘는데, 이때 흐르는 긴장감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이번 올림픽 목표는 개인전 금메달이다. 여차하면 혼성까지 2관왕도 노려볼 참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우상이자 세계 사격의 레전드 진종오라는 산을 다시 한번 넘어 4월 대회의 결과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진종오는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주 종목 50m 권총이 폐지돼 10m 공기권총으로 종목을 바꿔 4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우상을 넘어설 수 있겠냐’는 질문에 김모세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끝내 “사선에 들어서면 그 순간에는 선후배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당찬 답이 돌아왔다.
그의 목표는 또 있다. 남은 시간 진종오의 옆에서 최대한 많이 배우는 것이다. 그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그것을 목표로 선수 생활을 해왔다. 선배들이 무대를 떠나기 전까지 더 많이 배워서 사격 강국의 위상을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했다.
한국 대표팀은 △10m 공기소총 △50m 소총3자세 △10m 공기권총 △25m 권총 △25m 속사권총 △혼성 단체전 등 12개 종목에 출전한다. 경기는 24일 △10m 공기소총을 시작으로 8월 2일 △50m 소총3자세까지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진행된다. 10m 권총 남자 개인전과 혼성 단체전은 각각 24일과 27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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