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행사 연습 사진 공개해 비난 자초
女의원 "모욕 사과를"… "성상품화" 비판도
“멍청한 발상이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단체 군사 행진 연습을 하는 여군들에게 하이힐을 신게 해 빈축을 사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내달 소련 해체 뒤 독립 30주년 기념 행사용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이날 여군들이 연습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들을 공개했는데 사진 속 여군들이 모두 뒷굽이 높은 펌프스 스타일의 검은색 여성용 구두를 신고 있었다. 전날 국방부 정보 사이트는 “오늘 처음으로 힐을 신고 훈련을 하게 되는데, 군용화를 신었을 때보다 약간 더 힘들지만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의 여성 사관 생도의 소감도 인용했다.
발단은 일부 의원의 권유였다. AFP는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 몇 명이 신발 한 켤레를 들고 국회에 나타나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여군한테 하이힐을 착용시키라고 독려했다”고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를 수용한 국방부에 비난이 쏟아졌다. 친(親)서방 성향 정당 골로스 소속 여성 의원 이나 소브선은 하이힐 착용이 여군 건강에 초래할 위험을 지적하며 “더 멍청하고 해로운 발상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군도 남성 군인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걸고 있는 만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다른 여성 의원인 올레나 콘드라티우크는 여군에게 굴욕감을 안긴 국방부가 공개 사과하고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2014년 이후 1만3,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 반군과의 교전에 1만3,500명이 넘는 여군이 참가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에서는 3만1,000명보다 많은 여성이 복무 중이고, 그중 4,000명 이상이 장교라고 AFP는 전했다.
성토가 벌어진 건 국회에서만이 아니다. 비평가 비탈리 포트니코프는 페이스북에 “하이힐을 신은 군사 퍼레이드는 정말 망신스러운 이야기”라며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사고 방식이 여전히 중세에 머물러 있다”고 비꽜다. 다른 비평가 마리아 샤프라노바는 국방부에 성차별주의와 여성혐오 혐의가 있다며 “하이힐은 뷰티 업계가 여성을 성적 상품으로 대상화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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