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탄산음료·커피 줄여야
커피를 하루 7~8잔 마시는 A씨는 얼마 전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뜨끈한 느낌과 함께 산성 용액이 목젖을 타고 오르는 듯한 증상이 느껴졌다. 처음엔 스트레스에 의한 소화불량이라 여겨 소화제로 증상을 다스렸지만 가슴이 뻐근한 증상은 가시지 않았다. 속 쓰림, 쉰 목소리와 코끝에서 느껴지는 시큼털털한 냄새도 신경이 쓰였다. 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전문의 문진과 위내시경 검사 후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胃)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가슴 쓰림ㆍ위산 역류 등을 일으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최근 꾸준히 늘면서 매년 400만 명 넘게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20~40대 환자가 200만 명에 다다를 정도로 젊은 층도 크게 늘었다.
역류성 식도염은 가슴 중앙부 명치 부근에 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신물이 올라온다. 협심증과 비슷한 가슴 통증, 만성 기침, 속 쓰림, 목 이물감과 이유 없이 목이 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박준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증상만 살피면 호흡기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역류성 식도염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잘못된 생활 습관이 원인으로 꼽힌다. 식사 후 탄산음료나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잘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부 식도 괄약근 활동을 약화시켜 위산이 거꾸로 올라오게 만든다. 과식이나 야식, 식사 직후 눕는 습관, 비만에 따른 복압 상승, 흡연과 음주도 위산 역류 가능성을 높이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역류성 식도염은 대부분 산(酸)억제제(양성자펌프억제제ㆍPPI) 같은 약물로 먼저 치료를 시작한다. 보통 4∼8주간 1차 약물 치료 단계에서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치료 종료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임의로 중단하면 1년 이내 50% 이상 재발하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이 만성화돼 궤양이 생기면 식도 내강이 좁아지는 협착 증세가 나타나거나 식도 점막이 서서히 위 점막처럼 변하는 바렛 식도 현상이 나타난다. 바렛 식도는 식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므로 역류성 식도염이 만성화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치료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ㆍ예방을 위해서는 잘못된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역류가 발생하기 쉬운 식사 후 3시간 안에는 눕지 말고 야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탄산음료ㆍ커피(디카페인 포함)ㆍ초콜릿ㆍ홍차ㆍ박하ㆍ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도 하부 식도 괄약근 약화에 영향을 주므로 되도록 삼가야 한다.
꽉 끼는 옷과 과식도 마찬가지다. 위산 분비를 늘릴 수 있는 알코올, 신맛 나는 과일도 피하는 게 좋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증상이 악화됐을 때 먹은 음식·식품을 기록해 반복되면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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