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무원 사회 적응 돕는다는 취지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의 사회 적응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공로연수제'가 시행된지 28년째다. 하지만 매년 이를 둘러싸고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애초 도입 취지처럼 공무원 정년퇴직 후 삶을 설계할 '복리후생'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연수 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임금을 받는 탓에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 이모작 준비 위해 도입된 '공로연수제'
공로연수제는 정년퇴직을 6개월~1년 남겨둔 공무원에게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1993년 도입됐다. 연수를 받는 공무원은 직무에서 벗어나 직업 재탐색을 위한 교육 및 봉사 시간을 갖는다. 연수 기간 동안에는 수당을 제외하고 기본 임금을 수령한다.
서울시도 이달 1일부터 상반기 공로연수자 114명을 선발해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5급 이상 공무원 65명은 1년, 6급 이하 공무원 49명은 6개월 동안 연수 과정을 밟는다. 의무 교육시간으로 규정된 60시간 동안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비대면 강의 및 현장 체험을 이수하고, 그 외 시간은 연수자 자율에 따라 구성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최근 공로연수제 규모는 매년 증가 중이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로연수자 수는 2015년 2,867명에서 2019년 5,340명으로 4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1955년부터 1963년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기간 동안 공로연수자 수는 증가할 전망이다.
"세금낭비vs복리후생"...입장 대립 '팽팽'
공직사회에서도 공로연수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공로연수제가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탓에 연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2년 전 공로연수를 받고 33년 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한 서원선(63)씨는 "강제는 아니지만 대부분 승진자들이 대기하니까 안 갈 수가 없어서 공로연수를 가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공로연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공무원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서씨는 "연수 기간 동안 임금을 받는다 해도 수당은 받지 못해 퇴직을 앞두고 경제적 이유로 연수를 가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로연수의 필요성을 의견도 적지 않다. 수도권 소재 지자체에서 근무 중인 공무원 이모씨는 "공무원들은 공직자 윤리법을 적용 받기 때문에 퇴직 후 직무와 연관 있는 분야의 취업이 금지된다.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한 만큼, 새로운 직업을 탐색할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된다면, 무작정 폐지를 거론할 것이 아니라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행 공로연수제 하에서는 의무교육 60시간을 제외한 상당 시간이 당사자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 공로연수를 받는 공무원들이 개별적으로 얼마나 취지를 잘 살리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간 공로연수제를 명목으로 외유성 여행을 가는 사례 등이 반복되면서 '공로연수제 폐지론'까지 제기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공무원 직급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지는 것도 보완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현직 공무원 김모씨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 일한 공무원이나 높은 지역에서 일한 공무원이나 열심히 일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공로 연수 프로그램의 질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 "직급에 따라 높은 직급은 1년, 낮은 직급은 6개월 등 연수 기간에 차등이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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