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프레시매니저·콜드체인 강점 극대화
영·유아식 ‘팜투베이비’와 첫 프레딧 배송
“풀필먼트서비스 확대가 중장기 목표”
“한국야쿠르트에서 밀키트도 만드네요?”
hy가 사명을 바꾸기 전인 2017년,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을 론칭하며 신선간편식 시장에 진출했을 때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뷰티·유아·여성·생활용품 통합 플랫폼 ‘프레딧’을 출범하면서 hy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대표 제품 ‘야쿠르트’의 브랜드 파워가 너무 강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야쿠르트가 들어간 사명으로는 결이 전혀 다른 신규 사업을 아우르기가 쉽지 않자 올해 초 한국야쿠르트는 hy로 거듭나기로 결단을 내렸다. 사명을 바꾼 hy는 이후 거침없는 사업 영역 확장으로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hy는 이달부터 자사가 보유한 배송 인프라를 타사에 제공하는 ‘프레딧 배송서비스’를 본격화한다고 2일 밝혔다. 17개 시도에 구축한 600여 물류거점과 냉장카트를 활용한 전국 단위 콜드체인 배송망을 활용해 배송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배송망을 제공하는 첫 파트너는 친환경 이유식 브랜드 ‘팜투베이비’를 보유한 ‘청담은’이다. 신선도가 중요한 영·유아 제품은 소량으로 자주 주문하는데, 냉장카트에 제품을 담아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전달하는 hy만의 배송 방식이 맞아 떨어졌다.
양사의 위탁 계약에 따라 hy 프레시매니저는 팜투베이비 자사몰과 오픈마켓에서 주문받은 냉장 이유식을 배송한다. 제조사는 생산과 출하만 담당하고 이후 단계는 hy 물류시스템이 도맡아 처리하는 것이다.
hy가 자신 있게 배송전쟁에 나서는 건 한국야쿠르트 시절부터 오랜기간 보유해온 콜드체인 시스템과 구독형 서비스 덕분이다. 52년간 방문판매로 구축한 전국 유통망에는 ‘야쿠르트 아주머니’로 불리던 프레시매니저가 포진해있다. 이들은 자신의 담당구역에서 ‘코코’로 명명된 냉장 배송형 카트로 신선한 상태의 식품을 집집마다 전해준다. 별도의 배달기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고 무료배송이 가능해 투자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야쿠르트를 앞세워 반세기 동안 발효유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한 hy는 '발효유 시장은 고성장 시장이 아니다'라는 자각 속에 끊임없이 시장 확대를 고민해왔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기존 강점의 극대화 방안을 검토하다 독보적인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역량이 유통전문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hy가 유통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처음 시도한 것은 자사 냉장배송 네트워크에 물류와 유통 기능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다. ‘집 앞까지 신선 배송’이 가능한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난해 9월과 12월에는 CJ비비고와 본죽 제품을 직매입해 유통을 대행하기도 했다. 유통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었던 셈이다.
hy는 프레딧 배송서비스를 시작으로 향후 상품 보관부터 포장과 출하,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풀필먼트(Fulfillment)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hy 관계자는 “통합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 및 물류 인프라 확장과 함께 지역 단위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로컬 배송 서비스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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