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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성전환 선수 출전? 그냥 이기면 되죠!” [도쿄올림픽 우리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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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성전환 선수 출전? 그냥 이기면 되죠!” [도쿄올림픽 우리가 간다]

입력
2021.07.02 18: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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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주니어기록 깨며 찬사받던 이선미
87㎏ 이상 무제한급으로 첫 올림픽 金사냥
지난해 부상 악재 딛고 하루하루 맹훈련
“아프다고 물러설 순 없죠…역도 매력 보여줄게요”

역도선수 이선미가 지난달 2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대회 미디어데이에서 거울로 자세를 확인하며 훈련하고 있다. 뉴스1

역도선수 이선미가 지난달 2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대회 미디어데이에서 거울로 자세를 확인하며 훈련하고 있다. 뉴스1

“쾅!” 예상치 못한 굉음과 함께 바닥이 흔들거렸다. 중량 훈련이 한참인 2000년생 역사 이선미(21)가 바벨을 내려놓는 소리였다. 지난달 28일 도쿄올림픽 미디어데이를 통해 공개된 충북 진천선수촌 역도 훈련장. 이선미는 제 몸보다 무거운 바벨을 거뜬히 들어 올리고 다시 축 늘어져 휴식하기를 반복하며 제 몸을 담금질하고 있었다. 혹시나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취재진도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이선미는 장미란 이후 이렇다 할 일인자가 없는 역도계에서 장미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선수로 평가된다. 2018년 장미란의 주니어 기록을 15년 만에 갈아치우며 화제를 낳았고, 이듬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에서 인상 127㎏, 용상150㎏, 합계 277㎏으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기대를 모았다. 이번에는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87㎏ 이상 무제한급으로 출전해 금을 노린다.

최근 전화로 다시 만난 이선미는 시종일관 진지했던 훈련장에서와 달리 밝고 솔직했다. 올림픽을 앞둔 심정을 물으니 “별다를 것 없어요. 기대는 되지만 긴장되지는 않아요”라며 웃었다. 학생 때부터 따라다닌 ‘제2 장미란’이라는 수식어에는 “사실 부담스럽다”면서도 “부담은 부담이고 운동은 운동이다”고 답했다. “그만큼 저한테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잖아요. 조금 아프다고 물러설 순 없어요.”

그가 역도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진짜 솔직히 이야기해서 저는 올림픽 한번 본 적 없을 정도로 운동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어요. 당시 선생님도 권하고 재미있어 보이길래 덜컥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정말, 힘든 운동이더라고요.” 운동이 지루하고 힘들어 부모님께 “중학교 때까지 금메달 못 따면 일반고에 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나간 2015 소년체전에서 덜컥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에 올랐다. 묵묵히 버티며 코치 선생님들이 시키는 대로 운동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금메달의 맛은 짜릿했다. ‘메달까지 땄는데 제대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먹은 이선미의 기록은 한계를 모르고 고공 행진했다.

2019 아시아 유소년 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에서의 이선미.

2019 아시아 유소년 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에서의 이선미.


평양에서까지 애국가를 울렸던 위풍당당 이선미에게도 시련은 닥쳤다. 도쿄올림픽을 위해 훈련에 전념하던 지난해 허리 통증이 심해졌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황금 같은 1년 동안 재활에만 전념해야 했다. 부상에서 채 회복되기도 전인 지난 4월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대회가 치러졌다. 자칫 올림픽에 못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선미는 통증을 견디며 바벨을 들어 올렸고 우수했던 2019년 기록과의 합산 점수로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이선미는 "이제 부상에서 80~90% 회복했다"고 말했다. 기록을 늘리는 중량 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릎이 조금 안 좋아지긴 했지만, 소염제를 먹으며 통증을 이겨내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의 국제역도연맹 공식 기록 280㎏을 넘어설 작정이다.

하지만 또 악재가 있다. 이선미가 있는 87㎏ 이상급엔 2013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뉴질랜드 선수 로렐 허바드(43)가 출전한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다른 여자선수를 크게 웃도는 실력이란 게 역도계의 평가다. ‘억울하지 않냐’는 질문에 똑 부러진 대답이 돌아왔다. “저로서는 조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나오고 싶다는데 제가 뭐라고 할 순 없는 거잖아요. 그냥 이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선수가 그렇듯 최종 목표는 메달이지만 그가 바라는 것은 또 있다. 재미있는 승부를 펼치는 것이다. 그는 “역도는 선수들이 1㎏씩 기록을 올리며 경쟁하는 막판 메달 싸움이 재미있다. 사람들이 역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열심히 재미있게 경쟁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역도는 도쿄올림픽에 남자 △67㎏ 미만 한명목 △73㎏ 미만 원정식 △96㎏ 미만 유동주 △109㎏ 미만 진윤성, 여자 △59㎏ 미만 함은지 △76㎏ 미만 김수현 △87㎏ 미만 강윤희 △87㎏ 이상 이선미 등 8명이 출전한다. 24일부터 8월 4일까지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다. 이선미가 출전하는 무제한급은 8월 2일로 예정돼 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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