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하는 야구 명문 두 팀이 동시 출격?
김승관 상원고 감독 "승리에 대한 집념은 숙명"?
이준호 경북고 감독 "기량 100% 발휘하고 오겠다"
대구를 대표하는 경북고와 상원고 야구부가 전국대회 제패를 목표로 동시에 출진(出陣)한다. 두 학교는 제76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봉황대기가 아닌 전국대회에 양교가 함께 출전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지역 아마 야구 관계자들은 1970~80년대 전국을 호령했던 양교 야구팀이 전국 강호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대구상고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
두 학교의 면면을 살펴보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우선 98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상원고등학교(구 대구상고) 야구부는 청룡기 역대 우승 6회, 준우승 6회를 기록했다. 우승기만 6기를 보유하고 있고, 가장 최근의 우승 기록은 2015년이다. 이번 대회에서 대진 운이 좋다. 한 야구인은 "전국대회인 만큼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은 없다. 그럼에도 4강까지 '강팀'이라고 지목할 만한 팀이 없다"면서 "대진표에 고속도로가 뻥 뚫려있는 느낌이다"고 분석했다. 상원고는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올해 상원고 야구부의 성과는 이름값이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상원고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한 게임’을 노리고 있다. 아마 야구의 특성상 큰 대회에서 한 경기라도 제대로 해내면 선수들의 자신감과 기량이 급격하게 솟구치는 예가 많다. 명성을 놓고 보자면 같은 그룹에 소속된 팀 중 상원고가 최고다. 특히 상원고는 2년 후 개교 100주년 전국 제패를 위해 학교와 동문이 똘똘 뭉쳐서 팀을 재편성하는 과정에 있다. 이번 대회가 전력을 급상승 시킬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승관 상원고 감독은 "대진운이 좋다고 하는 게 솔직히 더 부담된다"면서 "올해 전력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승리에 대한 집념은 감독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청룡기 대회는 전국 규모의 메이저 대회입니다. 쉬운 상대가 없습니다. 승패를 떠나서 대구상고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멋진 경기를 펼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상원고를 성원해 주시는 지역민과 팬들게 감사드립니다."
이두희 상원고 교장은 "2015년 제70회 청룡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우승한 바 있는 만큼 상원고와는 인연이 깊은 대회"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오랜 기간 힘들여 갈고 닦은 야구 기량을 본 대회에 남김없이 모두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한 경기 한 경기 당당하게, 또 적극적으로 임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야구의 전술 전략 외적인 부분에서의 필요한 것은 학교장 이하 야구부장 동문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상원고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경북고등학교는 1916년 5월 16일 개교해 106년 전통을 자랑한다. 청룡기 우승 7회 , 준우승 3회. 우승 깃발만 7기를 가지고 있다. 청룡기 우승은 1993년이 마지막이었다. 현 이준호 경북고 감독이 현역 시절 우승기를 가지고 대구로 내려온 이후 아직 깃발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전국 최강을 자랑하던 경북고 야구부는 어느덧 타 지역 강팀들의 추적에 추월을 당하고 말았다. 최다 우승 타이틀을 향해 야금야금 쫓아오던 전국의 강팀들이 기어이 청룡기 최다 우승팀의 자리를 낚아채 갔다. 현재 청룡기 최다 우승팀은 경남고로 9회나 우승기를 가져갔다. 하지만 아무리 전력이 예전 같지 못한다 한들 경북고는 경북고, 경북고를 만만하게 보고 덤벼들 수 있는 팀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특히 올해 들어 전력이 심상찮다. 올해 명문고 야구 열전과 전반기 지역 주말리그에서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변함없는 우승 후보다.
다만 대진표가 좋지는 않다. 이른바 '죽음의 조'다. 상원고와는 정반대인 상황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장충고, 유신고, 세광고, 거기에 올해 경상A권역 전승우승팀인 마산 용마고에 호남의 최대 강호 광주일고까지, 일부러 조를 짜도 이렇게는 못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승 깃발을 휘두르지 못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이준호 경북고 감독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감독은 “어차피 우승을 목표로 하는 대회이고, 우승을 하려면 어디선가 반드시 만나야 할 팀들”이라면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를 만나는 다른 팀들도 머리 아프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대회는 첫 경기가 중요하다”면서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감독 코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좋은 성적 내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경북고 정덕영 교장선생님께서 올해 8월 정년이신데 정년 퇴임하기 전에 교장 선생님께서 우승기를 휘날려보도록 해드리고 싶은 것이 야구부원들의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정덕영 경북고 교장 역시 이 감독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정 교장은 “우리 선수들의 기량과 기백을 믿는다”면서 “최선을 다해 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 고교 야구는 전성기였습니다. 고교 야구가 스포츠의 꽃이었습니다. 지금은 고교 야구가 성장기 학생들의 훈련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우승기도 중요하지만, 개인성장을 위해서 다치지 않고 기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출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룡기 대회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아낌없이 펼치고 당당히 웃는 얼굴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토너먼트 대회로 매 경기가 결승전, 긴장감 팽팽
서울 목동 구장에서 열리는 제76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는 6일에 시작해 19일에 막을 내린다. 경기 방식은 토너먼트, 한 경기 결과로 그 길로 짐을 싸서 귀향을 해야 한다. 전승을 하는 팀이 우승기를 거머쥘 수 있다. 한 마디로 매 경기가 ‘인생 경기’라는 심정으로 뛰어드는 대회인 만큼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아마 야구의 열정과 투혼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대회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야구인은 "프로만큼 세련되고 화려한 플레이는 덜 하겠지만, 매경기 열정과 혼을 담은 플레이는 어쩌면 프로야구보다 우위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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