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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편견·외로움'… 코로나로 위축된 북한이탈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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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편견·외로움'… 코로나로 위축된 북한이탈주민

입력
2021.07.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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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로 필요한 치료비 마련 못하는 경우 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국내 입국 탈북자 수 급감

지난달 24일 장재성 흥해블라인드 대표가 지역 내 북한이탈주민 가정에 블라인드 무료 설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지난달 24일 장재성 흥해블라인드 대표가 지역 내 북한이탈주민 가정에 블라인드 무료 설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창문 블라인드 같은 건 당 간부들만 쓰는 건 줄 알았어요."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경북 포항의 한 주공 임대아파트에 햇빛을 막는 블라인드를 가득 실은 트럭이 한 대 도착했다. 노후화된 임대 아파트와 원룸 등에 붙어있던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요란한 드릴 소리를 내며 새 블라인드가 설치되자 북한이탈주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33㎡(10평) 남짓 노후화된 아파트나 원룸 등에 사는 이들의 생활 여건은 일반 가정만큼 넉넉지 않다. 경북이주민센터 관계자는 음료수, 간식 등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는 탈북 이주민들의 성의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한 탈북 이주 여성은 "북한에 있을 때 블라인드 같은 건 생전 접해 보지도 못했다"며 "변변찮게 대접도 못했는데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블라인드 설치는 장재성(31) 흥해블라인드 대표가 경북이주민센터에 재능기부 자원봉사를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장 대표는 이날 다섯 탈북 이주민 가정에 100만원 상당의 블라인드를 무료로 설치했다. 장 대표는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탈북민 가정을 떠올렸다"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 안간힘을 쓰는 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장재성 흥해블라인드 대표가 지역 내 북한이탈주민 가정에 블라인드 무료 설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지난달 24일 장재성 흥해블라인드 대표가 지역 내 북한이탈주민 가정에 블라인드 무료 설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지역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회적 시선과 편견 속에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 단체나 개인을 통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과 범위 속에 적극적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경북이주민센터에 따르면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대구 700명, 경북 1,000명 등 총 1,700여명이다. 나이가 어린 학생들의 경우 비교적 지역 사회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수십 년 세월을 북한에서 보낸 이들은 탈북자라는 사회적 편견에 바깥 활동도 꺼려하고 있다.

생활고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포항에 사는 한 40대 탈북 남성은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하지만, 비용 900여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경북이주민센터 측에서 후원처를 수소문하고 있다.

김희선 경북이주민센터 간사는 "주민들 모두 작은 도움 하나에도 감사해 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율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부분엔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지원을 하고 싶지만, 한정된 예산 속에 배분을 해야 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이탈주민실태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 주민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과의 이별'이다. 가족이 모두 입국한 경우는 낫지만 대체로 북한에 남아있거나,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 제3국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 국내 입국자통일부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남자 302명 188명 168명 202명 72명
여자 1,116명 939명 969명 845명 157명
총 입국자 1,418명 1,127명 1,137명 1,047명 229명

여기다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탈북에 성공하더라도 3국을 통한 국내 입국이 제한되면서 국내 입국자도 급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은 2016년 1,418명, 2017년 1,127명 2018년 1,137명, 2019년 1,047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에 229명으로 급감했다.

지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은 고향에 두고 왔거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집안에 걸어놓거나 비슷한 처지의 이탈 주민들과 수시로 교류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대구에 사는 한 50대 탈북 남성은 "은연중에 나오는 북한말에 주변에서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으로 들어온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적응해야할 것들 투성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담당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경북이주민센터는 구미와 포항 등에 각각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1명이 담당해야하는 범위가 광범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희선 간사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곳에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북한이탈주민과 지역주민 간 소통을 통해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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