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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회장님은 왜 스타트업에 관심 갖게 됐나

입력
2021.07.02 15:59
수정
2021.07.02 16:4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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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최연진IT전문기자

최근 벤처투자사(VC)들 사이에 화제가 된 곳이 하나 있다. 언론에 많이 소개된 유명한 빵집이다. 서울에도 지점을 낸 이곳은 지역 이름만 대면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문난 전국구 제과점이다.

이곳의 회장님이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바로 신생기업(스타트업) 투자다. 가만히 앉아서도 전국에서 빵을 사가는 사람들 때문에 떼돈을 번다고 이름난 빵집이 왜 스타트업 투자를 고민하는지 의아했다.

VC가 들려준 얘기에 따르면 제과점 회장님은 미래 성장에 대한 고민이 컸다. 지금은 빵이 잘 팔리지만 젊은 사람들의 입맛도 바뀌고 채식주의와 건강식 등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고민이다.

제과점 회장님은 고민을 풀기 위해 여타 빵집과 다르게 접근했다. 내부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과 손잡는 방식을 택했다. 오로지 빵 만드는 일에만 매진한 식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외부 변화에 민감한 젊은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찾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채식주의자(비건)들을 위한 빵을 개발하거나 건강식 관련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고 판매 방법 또한 다양화하는 식이다.

그래서 제과점 회장님이 던진 카드는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VC들과 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스타트업들을 무턱대고 찾아다닐 수 없으니 유망한 곳을 VC와 함께 손잡고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VC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과정이 재미있고 결과가 흥미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한국일보 자료 사진

비단 제과점뿐만이 아니다. 큰 기업과 외국기업들을 많이 맡고 있는 프레인글로벌이라는 유명한 홍보대행사는 2일 스타트업 육성업체인 퓨처플레이와 제휴를 맺었다.

퓨처플레이를 통해 하늘에 별처럼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 가운데 될성부른 떡잎 같은 곳들을 골라 초창기부터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하며 함께 성장하고 그 안에서 미래 성장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이제 홍보대행사들도 과거처럼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들에 홍보 세일즈를 하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그만큼 홍보업계에서도 사업의 중심이 빠르게 스타트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스타트업 육성업체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단계별로 적절한 홍보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흥미로운 것은 비교적 변화에 둔감한 것으로 알려진 빵집이나 변화에 민감한 홍보대행사 모두 스타트업과 함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이 외부 스타트업과 제휴를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혁신뿐 아니라 시장과 산업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VC들은 이들의 스타트업 접근법을 이채롭게 보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내부에서 찾으려면 그런 일을 해보지 않은 빵집이나 홍보대행사로서 정보를 얻기 쉽지 않고 판단 또한 힘들 수 있다. 대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고 내부에 기업형 벤처투자사(CVC)를 만들지만 규모가 그만 못한 기업들은 쉽지 않다.

이런 한계를 잘 아는 유명 제과점은 VC와 손잡고 펀드를 만들어 한계를 넘어보려 한다. 프레인글로벌은 퓨처플레이를 파트너로 택했다. VC들은 그런 길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두 기업의 실험적 시도를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실의 절박함이 엿보이면서도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가 느껴지는 흥미로운 변화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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