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첫날 분위기
경찰관 국가 소속으로 사무만 분리
일원화 모델.... "처음부터 예고됐다"
현장에서는 "위원회 하나 생겼을 뿐"
“고추, 인삼 도난 예방이 자치경찰 1호 사업이라고요? 예전부터 경찰이 쭉 해오던 건데…” (충북 보은군 농민 유모씨)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1일. '지역별 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을 기치로 각 광역 지자체에서 자치경찰이 출발했지만, 시민들과 공무원, 심지어 경찰관들까지도 특별한 변화나 차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일부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지역별 맞춤형 농산물 도난예방 대책’을 추진한 충북 자치경찰이 대표적이다. 충북 보은군의 농민 유씨는 "과거에도 현지 경찰은 농산물별 수확 시기를 고려해 농산물 절도에 취약한 시간대에 순찰 등 근무를 해왔다"며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 경찰위원회가 거창하게 내놓은 1호 사업들을 놓고 ‘말의 성찬’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실제, 안전한 통학로 조성(경남ㆍ광주), 해수욕장 개장 대비 치안대책(부산), 어르신 범죄피해 예방 안전대책(전남) 등 대부분 지역의 자치경찰이 전면에 내세운 업무가 기존 경찰 업무와 크게 차이가 없다.
일선 경찰들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대구 지역의 한 경찰관은 "자치경찰제 시행 첫날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자치경찰이 된 우리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행 하루 만에 큰 변화를 확인하긴 힘들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자치경찰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6개월가량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구성 등을 놓고 전 지자체가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던 점을 감안하면 첫발을 뗀 지금이 실망스럽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가 역점 추진한 권력기관 개혁작업", "경찰 창설 이후 76년 만의 변화" 등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행정안전부와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 경찰청은 이날 세종시에서 자치경찰제 전면시행에 따른 기념행사까지 개최했다.
거창했던 구호와 달리 누구도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른 변화 체감이 어려운 데는, 정부가 자치경찰 형태를 국가ㆍ자치 경찰의 이원화 모델이 아닌 국가경찰 소속으로 두고, 사무만 분리하는 일원화 모델로 결정됐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수도권의 한 경찰 간부는 “자치경찰제는 있는데, 자치경찰관은 안 보인다”고 했다. 지역별로 시범운영까지 했지만,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무엇이 구체적으로 바뀌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자체 공무원 중에서는 비효율성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아동학대 건의 지휘 감독의 경우 해당 사건을 맡는 경찰 부서에 문의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경찰청장에게 위원회가 의결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며 “’자치’라는 이름으로 비효율적으로 일이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각 시도별로 자치경찰을 관리ㆍ감독하게 되는 자치경찰위원회 구성만 전면 시행에 맞춰 마무리된 상태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조직 정비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게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가장 큰 이유다. 수도권의 한 총경급 경찰 간부는 "각 시도에 자치경찰위원회가 하나 생겼을 뿐, 무엇이 바뀌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6개월은 지나야 체계가 잡히고, 시민들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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