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담장 허물고 마을길 넓히고
주민 직접 사업 참여도 눈길?
"주차문제 해소 부족" 불만도
“마을 분위기는 환해졌는데, 노후된 주택문제는 개선이 안돼 아쉬워요.”
2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주택가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3년여간 곁에서 지켜본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며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이날 찾은 주교동 주택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새로 포장한 마을길이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세대 주택 사이로 뻗은 마을길이 쾌적한 인상을 줬다. 이전 같으면 양방향 차량으로 뒤엉켜 혼잡했을 공간이었다. 이제는 길 한쪽 면을 막고 차도와 인도를 뚜렷하게 구분해, 통행이 한층 수월해 보였다. 쓰레기 더미만 가득했던 야트막한 녹지공간도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으로 변신해 있었다.
세월의 흔적으로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던 고양의 구도심 주교동이 달라지고 있다. 주교동 변신의 원동력은 도시재생사업이다. 주교동 5만여㎡(1만2가구)는 국토교통부가 2017년 12일 도시재생 뉴딜사업 '원당 어울림플랫폼' 대상지로 선정한 곳이다. 사업은 1.3㎞에 이르는 마을길 포장부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6곳의 노후담장을 허물어 확장 공간을 마련했다. 쓰레기장 개선과 마을숲가꾸기 등을 포함해 모두 15개 도시재생사업에 83억 원이 투입됐다. 13일에 2번째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배다리사랑나눔터’(지상 5층, 연면적 781㎡)가 문을 열면, 3년 6개월간 진행된 사업이 마무리된다. 경기도 우리동네 살리기 도시재생 사업구역 7곳 중 최초다.
주민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만난 이모(76)씨는 "바닥 곳곳이 뜯기고 깨진 마을길이 새로 포장돼 분위기가 다 환해졌다"고 반겼다. 박모(75)씨도 "낙서로 훼손된 노후된 빌라 담벼락을 허물고, 꽃 화단을 설치하니 보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지난 2월 원당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주민(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마을안길 개선사업 만족도는 8.85점으로 개선 전(4.14점)에 비해 두 배 이상 뛰었다.
주민 직접 참여 등 다양한 시도를 한 것도 이번 사업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실제 배다리사랑나눔터 등 커뮤니티 공간 2곳에 대한 운영은 주민이 설립한 '배다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에서 맡는다. 주택 1가구와 상가 2곳이 있던 건물을 허물고, 16가구가 살 수 있는 빌라 2개동을 짓는 사업도 주목을 끌었다. 마을의 협력 요청에 토지 소유주들이 응해 이뤄진 일종의 상생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전히 보완해야 할 지점도 있었다. 주민 이모(62)씨는 "가장 골칫거리인 주차문제 개선이 생각만큼 안돼 여전히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번 재생사업에서 주차 공간은 6면 늘어났다. 주민들의 주차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사소음 등으로 피해를 본 주민도 적지 않다"고 했다. 개선 사업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이지만, 향후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재영 원당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시와 현장센터, 주민이 힘을 모아 마을길, 주차장 등 다양한 공용공간을 확보한 점에서 의미가 컸다"며 "주차문제나 노후주택 개선 등을 위해선 규제완화와 함께 더욱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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