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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정당의 비밀

입력
2021.07.0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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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행사 참석자들이 국기인 오성홍기와 공산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행사 참석자들이 국기인 오성홍기와 공산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당의 기율을 엄수하고 당의 비밀을 유지하며 언제든지 당과 인민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준비를 갖추고 영원히 당을 배반하지 않겠습니다.”

지하 비밀 조직이나 종교 집단 서약문이 아니다. 중국공산당 입당 선서다. 창당 100돌을 앞두고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국공산당역사전시관을 찾아 오른손 주먹을 어깨 위로 올린 뒤 이를 선창했다. 열 맞춰 선 30여 명의 당 수뇌부는 이를 복창했다. 이처럼 헌신을 각오한 당원이 9,515만 명이다.

□ 중국공산당은 어떻게 100년 정당이 됐을까. 인재 영입을 통한 끊임없는 변신에 그 열쇠가 있다. 덩샤오핑은 “당이 장차 100년의 천하태평을 얻느냐는 바로 덕과 재능을 가진 인재를 얼마나 영입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시 주석도 10번이나 떨어질 정도로 까다로운 당원 심사를 노동자와 농민뿐 아니라 자본가까지 넓힌 배경이다. 젊고 다양한 인재의 영입을 통해 당은 시대적 변화를 수용했다. 우수한 인재만 있으면 성과는 걱정할 게 없다. 이전보다 잘살게 된 중국인은 굳이 민주화의 필요성도 못 느낀다. 더구나 당은 군대(인민해방군)까지 갖고 있다. 대안 세력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 부패에 단호한 것도 주목된다. 국민당이 쫓겨나고 소련과 동유럽 국가가 몰락한 건 부패 때문이라는 걸 중국공산당은 잘 안다. 물론 이러한 부패 척결이 반대파를 숙청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때도 있지만 호랑이(고위직)와 파리(하위직)를 함께 때려잡는 건 민심을 얻는 데 주효했다. 10년간 적발 인원만 409만 명이다. 일종의 자기정화 장치인 셈이다.

□ 중국공산당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쓴소리를 했다 행방이 묘연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나 3연임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을 보면 그동안의 성공 비결도 작동하지 않는 듯 보인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사회주의 탈을 쓴 중화 민족주의 정당,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 정당이 귀감이 될 순 없다. 다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하다고 착각하며 짝사랑하거나,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무시하는 건 맹목적인 사대주의만큼 위태롭다. 대륙이 급변하고 우리가 무지할 때 역사는 늘 비극이었다. 제대로 알아야 이길 수 있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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