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지검, '트럼프 금고지기' 1일 기소
검찰수사 최종귀착지는 트럼프가 될 듯
설상가상 1·6 의회난입 사태 특위도 구성
올해 초 탄핵 위기를 넘기고 퇴임했지만 2024년 대선을 통한 ‘부활’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앞길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의 ‘금고지기’인 최측근이 형사처벌을 눈앞에 두게 되면서 사법당국의 칼끝도 그의 턱밑까지 겨누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1월 6일 지지자들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진상을 조사할 특별위원회 구성안까지 하원을 통과해 증인으로 소환돼 청문회 자리에 서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3년 후 대선을 바라보며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으나, 법정에 서게 될지도 모르는 악재들만 쌓여가는 분위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뉴욕 맨해튼지검이 앨런 와이셀버그(73) 트럼프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탈세 혐의로 1일(현지시간)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와이셀버그는 20년 넘게 트럼프그룹의 각종 금융 거래를 총괄해 온 인물이다. 스스로를 “경제적 관점에서 트럼프의 눈과 귀”라고 표현할 정도다. 검찰은 와이셀버그가 그룹으로부터 자동차와 아파트, 자녀와 손자의 사립학교 학비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금전적 혜택을 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3년 가까이 트럼프그룹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맨해튼지검이 특정인을 재판에 넘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대선을 앞둔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혼외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했던 전직 포르노 배우에게 거액의 회사 자금이 입막음용으로 흘러갔다는 의혹과 관련, 지난 2019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WSJ는 검찰의 이번 움직임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개인이 회사에서 받은 부수적 혜택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이 기소한 사례가 거의 없었던 탓이다. 수사의 최종 귀착지는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실제 맨해튼지검은 당초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그룹이 자산 가격을 부풀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거나 보험 계약을 맺었고, 자산 가치를 축소해 세금을 줄였다는 금융·보험 사기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현재는 금융 범죄에 수사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결국 와이셀버그 기소는, 그룹 자금 사정에 밝은 ‘꼬리’를 압박해 ‘몸통’ 격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끌어내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WSJ는 “검찰의 궁극적 목표는 트럼프그룹의 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있다”며 “이번 기소가 그간 민·형사상 법적 책임과 검찰 수사망을 피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와이셀버그 재판 진행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우는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기는 이뿐이 아니다. 이날 미 하원은 이른바 ‘1·6 의회 난입 사태 진상 조사 특위’ 구성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2 대 반대 190으로 가결했다. 새로 꾸려지는 특위가 소환권을 갖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위원회가 여는 청문회의 증인으로 불려올 수도 있다. 연방검찰과 워싱턴검찰 모두 그가 의회 난입 사태에서 지지자들의 폭력 행위를 부추겼는지를 들여다보는 만큼, 특위 결과에 따라 향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기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기소 위기에 처했지만, 후임인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역사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자”며 사면 명령을 내렸다. 따라서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될 경우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 첫 기소’라는 오명을 쓰게 되고, 차기 대선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게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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