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추정 화재 피해 속출한 가톨릭 교회들
또 발견된 원주민 아동들 무덤에 분노 여론
'문화적 제노사이드' 규정… 총리 거듭 사과
1일(현지시간) 건국 기념일을 앞두고 캐나다에서는 성당(가톨릭 교회)들이 때아닌 수난을 당했다. 지난 한 주 앨버타주(州) 에드먼턴와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등에 있는 4곳이 잇달아 화재 피해를 입은 것이다. 경찰은 화난 이들의 방화로 의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캐나다의 날을 취소하라(Cancel Canada Day).” 올해 건국 기념일 무렵의 분위기는 축제 같던 예년과 딴판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슬픔으로 가득찼다. 대다수 기념 행사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과거사를 참회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올 5월이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州) 옛 캠루프스 인디언 기숙학교에서 표식이 없는 어린이 215명의 무덤이 발견됐다. 이어 지난주 무려 751기에 달하는 무덤이 새스캐처원주에 있던 매리벌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무더기로 탐지됐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캐나다 원주민 단체인 ‘로어 쿠테네이 밴드’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크랜브룩 근처 세인트 유진 선교학교 옛터에서 암매장된 원주민 아동 유해 182구를 찾았다. 집단 무덤이 발견된 곳은 모두 가톨릭이 운영하던 원주민 기숙학교였다.
슬픔과 동반한 감정은 분노였다. 정부와 교회가 자행한 원주민 학대사(史)의 증거였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과 국민들은 캐나다의 날 기념식 완전 취소와 2005년 약속했던 배상금 2,500만 달러(283억 원)의 지급을, 원주민 단체들은 교황의 직접 사과를 각각 촉구하고 나섰다. 방화도 분노의 표출일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원주민 단체와 전문가들은 어린이 집단 무덤을 가톨릭이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만행의 결과로 보고 있다. 가톨릭은 1912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캐나다 연방정부의 위탁을 받아 원주민 어린이들을 훈육하는 과정을 운영했다. 이누이트와 인디언, 메티스 등 원주민 어린이 15만 명이 전국 139곳의 가톨릭 기숙학교에 강제로 수용됐다. 교사들은 원주민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육체적, 성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문화적 제노사이드’로 규정했다. 제노사이드는 인종이나 민족, 종교 따위의 차이를 이유로 집단을 박해하고 살해하는 행위다. 반인류적 범죄에 해당한다. 화해위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ㆍ교회가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백인과 가톨릭이 범한 아동 학대는 끔찍했다는 게 생존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6살에 원주민 학교로 끌려와 수용됐던 잭 크루거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친한 친구가 6살에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고백하며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무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대와 방임, 구타, 성적 학대 등 가혹행위는 물론 시신 암매장도 드물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생존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도 정부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전 브리티시 컬럼비아 원주민대표 연합회 부회장인 밥 체임벌린은 이날 캐나다 공영방송 CBS에 “유해 발견이 계속될 경우 생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도 심해질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이미 과거 국가 폭력에 대해 사과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원주민 부족들이 직면한 역사적, 지속적인 불의를 숙고할 수밖에 없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가톨릭 최고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 사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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