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내려앉았는데 일반철골구조 등재 '의아'
"기둥 없는 건물 짓고 기준저고도 교묘히 피해"
“이건 투기가 아니라 비리입니다. 비리.”
30년 넘게 경기 광주지역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A씨가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소유 토지와 건물을 둘러본 뒤 내린 총평이다. 29일 그와 함께 김 전 비서관이 소유한 경기 광주시 송정동 413-159번지를 일대를 찾았다.
A씨는 “건물 용도가 소매업으로 신고돼 있지만, 이는 추후 빌라 신축 등을 할 요량으로 철거를 쉽게 하기 위해 지은 가짜 건물”이라고 했다. ‘가짜 건물’이란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우선 ‘소매업 및 단독주택’으로 허가받은 건물이었지만, 진입로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길이 허가받은 용도로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 건물이 진입로보다 5m나 높았고, 건물로 오르는 길 폭도 50cm에 불과했다. A씨는 “누가 이 길을 사업장으로, 집으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허술한 계단을 밟고 올라 만난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구조였다. 화장실을 갖췄지만 마감이 안 된 시멘트 바닥 그대로였다. 건물 안쪽에는 기둥조차 없었다. A씨는 “내부 기둥이 없어 천장 일부가 내려앉았는데, 이게 어떻게 ‘일반철골구조’로 등재됐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경량철골구조’인 이 건물의 건축물대장은 ‘1층 일반철골구조’로 돼 있다.
일반철골구조는 두꺼운 강판과 H빔으로 기둥을 세우고, 경량철골구조는 살이 비교적 얇은 형강을 쓴다. 광주시 관계자도 “이런 건물이 왜 일반철골구조로 기록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김 전 비서관의 ‘가짜’ 건물이 기준저고도 규정도 어긴 것으로 봤다. 기준저고도는 난개발을 막기 위한 장치로, 도시계획도로(폭 6m 이상)에서 갈라져 나온 토지 진입로 ‘시점(기준점)’의 고도보다 50m 이상 높은 곳에선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 김 전 비서관의 가짜 건물이 있는 땅의 고도는 기준점보다 50m 이상 고도가 높다. A씨는 “해당 토지가 ‘도시계획도로와 연결된 토지’가 아닌데 어떻게 허가가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석연찮은 구석은 또 있었다. 김 전 비서관 토지가 기준저고도 기준을 충족해 개발될 수 있도록 한 도시계획도로 고시가 2017년 6월 21일 나자마자 김 전 비서관이 개발행위 신고(7월) 및 건축허가 신청(8월)을 했다는 점이다. 광주시는 같은 해 8월 23일 건축허가와 함께 개발행위 허가를 내줬다. A씨는 “마을 깊숙한 길을 도시계획도로로 고시하면서 김 전 비서관이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너무 큰 우연”이라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과 광주시 사이에 모종의 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준점이 도시계획도로에 편입돼 있고, 기준저고도에 따라 토지(159번지)에 대한 개발행위가 허가됐다”며 “바로 위에 있는 송정동 413-166번지는 기준저고도에 저촉돼 불허됐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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