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반도체', 대만은 '백신'이 주요 의제?
협정 체결은 '대만의 국가 지위' 인정 뜻해
미국과 대만이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을 30일 예정대로 재개했다. 2016년을 마지막으로 협상이 중단된 지 5년 만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양국이 경제 협력 강화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 의제로 미국은 반도체를, 대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각각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와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은 이날 인터넷 화상 회의 방식으로 TIFA 제11차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테런스 맥카틴 아시아 담당 무역대표보가, 대만 측에선 양전니(楊珍?) 대만·미국사무위원회 주임이 각각 협상 대표로 참여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주요 의제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는 터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확충 등을 통한 공급망 안정을 경제·산업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있는 대만은 주요한 협력국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에선 TSMC가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건설할 계획인 반도체 공장 관련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만은 백신이 가장 중요한 의제다.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전날 인터넷 방송을 통한 국민들과의 대화에서 "백신 수출입 절차 간소화가 이번 협상의 중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대만의 무역협상 재개는 최근 양국이 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상호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의 국제 활동을 막아 온 중국은 이 협정을 반대해 왔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 합의인 TIFA가 성사되면 미국이 대만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이 그 물꼬를 트면, 중국 눈치를 보던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들까지 대만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 대만은 TIFA 타결을 징검다리 삼아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수순까지 나아가려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의) FTA는 차이잉원 정부에 정치적으로 대단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반발이 한층 더 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