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희소 질환 ‘척수성 근위축증’ 1회 주사로 치료
현재까지 6.2년 장기 안전성·효과 확인
평생 치료해야 했던 치명적인 희소 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을 한 번의 주사로 치료하는 길이 열렸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의 유전자 대체 치료제인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졸겐스마는 1회 투여만으로 척수성 근위축증 진행을 멈출 수 있는 이른바 ‘원샷 치료제’다. 환자 중 제1형의 임상적 진단이 있거나, SMN2 유전자의 복제 수가 3개 이하일 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졸겐스마의 1회 투여 비용은 영국에서는 28억 원, 미국에서는 25억 원, 일본에서는 18억9,000만 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가 없지는 않다.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 로슈의 ‘에브리스디(성분명 리스디플람)’ 등이 있지만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 중 스핀라자는 ‘사전 승인 제도’를 통해 건강보험을 건별로 적용받을 수 있다.
◇SMN1 유전자 없거나 결함으로 발병
척수성 근위축증은 우리 몸속 유전자 중 운동신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MN1 유전자가 없거나 결함이 있으면 발병한다.
졸겐스마는 SMN1 유전자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약제를 환자 몸에 주사해 문제 되는 유전자 기능을 대체해 질병 진행을 막는다.
졸겐스마는 SMN1 유전자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대체본을 만들어 환자에게 1회 정맥주사한다. 이때 유전자 대체본이 몸속 필요한 위치까지 잘 도달할 수 있도록 벡터를 이용한다. 이후 체내에 정상적으로 안착한 유전자 대체본은 SMN1 기능을 대신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생성된 SMN 단백질은 환자의 신체 움직임을 돕는다.
단 1회 투약으로 치료를 마칠 수 있지만, 치료 효과는 장기간 기대할 수 있다. 졸겐스마는 임상 3상 SPR1NT, STR1VE 및 임상 1상 STRAT 연구로 임상적 유효성과 장기 안전성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졸겐스마 투여 환자는 치료받지 않은 자연 상태의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도움 없이 걷기ㆍ도움 받아 서기ㆍ도움 없이 앉기 등 운동능력을 달성했다.
장기 추적 연구로 현재까지 6.2년의 장기 안전성 및 효과를 확인했으며 척수성 근위축증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환자에게서 투약 후 스스로 서거나 걷는 등 우수한 운동 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다.
증상이 나타난 환자뿐만 아니라 신생아 선별 검사(NBSㆍNewborn Screening)로 증상 발현 전에 조기 진단ㆍ치료 시에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조기 진단을 통한 치료는 질환 치료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는 태어날 때부터 신경이 손상된다. 한 번 망가진 신경세포는 회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신생아 선별 검사를 통해 희소 유전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을 시행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희소 유전 질환 치료에 필수적이다.
그동안 개발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들은 평생 규칙적으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어야 하는 등 기존 희소 질환 치료 패러다임과 동일했다. 따라서 보호자 관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졸겐스마는 1회 투약으로 치료가 끝나기에 병원 방문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 90%가 두 살 이전 사망
척수성 근위축증은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치명적 유전 질환이다. 정상적인 SMN1 유전자 결핍 혹은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 시 근육이 점차적으로 위축되는 증세가 나타난다.
병이 진행될수록 온몸 근육이 약해지므로 식사ㆍ말하기ㆍ머리 들기 등이 어려워진다. 시간이 지나면 호흡하기조차 어려워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하지만 환자의 인지 및 사고 능력은 정상적이어서 환자의 고통은 더욱 극심한 질환이다.
환자의 60%를 차지하는 제1형의 경우 치료받지 않으면 90%의 환자가 2세 이전에 사망하고, 생후 6개월 전 운동 신경세포의 95% 이상이 손상된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위중한 척수성 근위축증 아기들이 상태가 악화돼 영구적으로 호흡기를 달게 되거나 목숨을 잃을 때가 많았지만 최근 다수의 유전자 치료제 도입으로 환자 증상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채 교수는 “특히 유전자 대체 치료제인 졸겐스마는 평생 1회 투여만으로 척수성 근위축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희소 질환 치료에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발전이고, 중증 환자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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