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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요지부동 정년 탓에 '50세 퇴직' 강요당하는 中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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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요지부동 정년 탓에 '50세 퇴직' 강요당하는 中 여성들

입력
2021.06.30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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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초 정해진 은퇴 연령… 최근 소송 급증
연금 고갈에도 정부 "청년 실업난 해결이 우선"

마스크를 쓴 중국 여성들이 베이징 시내를 걷고 있다. 2016년 12월 사진. 베이징=AP 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중국 여성들이 베이징 시내를 걷고 있다. 2016년 12월 사진. 베이징=AP 연합뉴스

마케팅 매니저로 일해 온 중국인 여성 왕윈은 50세가 된 지난해에 직장을 그만뒀다. 은퇴 정책 정년 연령 때문이었다. 강요된 이른 퇴직이 부당하다며 고용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이기지 못한 그녀는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더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며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시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70년간 요지부동인 은퇴 정년 기준 탓에 계속 일하고 싶지만 ‘50세 조기 퇴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중국 여성들의 노동 현실을 소개했다. FT에 따르면 1950년대 초부터 시행된 중국의 현행 은퇴 정책은 여성의 법적 은퇴 연령을 간부의 경우 55세, 일반 직종은 50세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50세 정도였던 여성 기대 수명과 6명에 달했던 1인당 자녀 수 등 70년 전 여건이 정책 수립 당시 기준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노인 인구가 늘고 기대 수명도 80세까지 올라갔다. 출생률은 감소했다. 낡은 제도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여성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2019년 이후 3년간 제기된 소송만 1,000건 이상이다. 2019년 이전 10년간 800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가파른 급증세다.

정년 연장이 필요한 건 노동자뿐이 아니다.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판 국민연금인 ‘양로보험기금’이 이르면 2035년 바닥을 드러낸다. 연구에 참여한 팡롄취안은 “늦은 은퇴를 유도하는 새 정책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선에 소극적이다.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말뿐이다. 구체적 계획이 없다. 정부가 낡아 빠진 여성 조기 퇴직 제도를 포기하지 못하는 건 청년 실업난 때문이다. “정부는 중년 여성들이 부족한 일자리를 두고 청년들과 경쟁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게 당국자 고백이다. 현재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13%가량으로 전체 평균 실업률(5%)보다 훨씬 높다. 중국 인력자원·사회안전부 관계자는 “중국 경제에서 청년과 노인 모두가 완전 고용될 수는 없다”며 “우선순위를 매기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내년에 50세가 되는 상하이 광고 회사 직원 리우후이는 “자유롭게 은퇴 시기를 결정하는 건 딸 세대에서나 가능할 듯하다”고 했다.

이에스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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