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연방법원 '법률 미비' 이유로 기각
규제 옹호론자들 반독점법 개정 나설 듯
페이스북, 법원 판결 후 시총 1조 달러 돌파
페이스북 로고. 로이터 자료사진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이 미국 연방정부와 주(州)정부가 제기한 반(反)독점 소송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거대 정보기술(IT) 공룡의 반독점 위반 행위에 칼을 빼 들며 규제 강화 고삐를 바짝 죄려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행보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시장이 ‘페이스북 승리’에 환호하면서 회사 시가총액도 1조 달러(약 1,128조 원)를 처음 돌파했다.
미 워싱턴 연방법원은 28일(현지시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수도 워싱턴, 괌을 포함한 48개 주·지방정부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원고들의 소송 제기 이유를 “법률적으로 미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SNS 업계에서 독점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법원은 ‘페이스북=독점’이라는 시각에 대한 회의론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제임스 보즈버그 워싱턴 연방법원 판사는 “FTC는 마치 법원이 ‘페이스북은 독점 기업’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그저 인정해 주기만 기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규 경쟁자들이 수없이 진입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SNS 업계에선 ‘영원한 1등’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원은 또, 페이스북의 2012년 인스타그램 인수(10억 달러), 2014년 메신저 왓츠앱 인수(190억 달러)를 무효화해 달라고 요구한 주정부의 반독점 소송에서도 “너무 늦었다”며 기각 결정을 했다. FTC가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30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에 대해선 재판단 기회도 주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로고가 화면에 떠 있다. AFP 자료사진
앞서 FTC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경쟁자를 억압하는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를 꼽았다. 거대 기업이 잠재적 미래 경쟁자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주장이었다. 주정부도 “견제할 경쟁자가 없다 보니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이용자 데이터를 착취했다”고 비슷한 논리를 댔다. 이에 맞서 페이스북은 지난 3월 “’틱톡’ 등 신규 경쟁자들이 급성장하는 SNS 업계에서 (페이스북은) 그저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견제하려던 미 정부 전략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소송은 IT 업계 시장 독점을 규제하려는 반독점 당국의 핵심 활동 중 하나였다. 특히 최근 ‘빅테크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이 FTC 위원장에 임명됐고, 미 하원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을 저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 압박에 시동을 걸던 터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칼을 빼기 전부터 ‘법원의 제동’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규제 움직임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송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페이스북이 큰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마주치게 될 도전의 전조”라고 진단했다.
IT 공룡 규제 옹호론자들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반독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독점소위원회의 켄 벅(공화) 의원은 “반독점(법) 개혁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호재’를 등에 업은 페이스북은 상장 9년 만에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에 이어 다섯 번째다. 법원 판결 후 나스닥에서 이날 회사 주가는 4.2% 상승한 355.64달러에 마감했다. 2012년 5월 상장 당시 1,040억 달러였던 시총은 10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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