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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해제설 흘리며 친이란 무장세력 타격… 미국의 對이란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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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해제설 흘리며 친이란 무장세력 타격… 미국의 對이란 '밀당'

입력
2021.06.28 18:45
수정
2021.06.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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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시사 뒤 "역내 긴장 고조 말라" 단속
핵사찰 거부 압박 일관에 강온 양면 전술
"핵협상에 심각한 의구심" 이스라엘 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네바=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네바=AP 뉴시스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바라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온 양면 전술’을 들고 나왔다. 대(對)이란 제재 해제 추진설을 흘려 양보 의사를 시사한 뒤 친(親)이란 무장 세력 타격을 통해 “역내 긴장을 키우지 말라”고 단속하는 식이다.

2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바이든 대통령 지시로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민병대 시설을 미군이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미군 기지와 인력을 겨냥한 무인기(드론) 공격에 보복하려는 의도라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 보호를 위해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 왔다”고 국방부는 부연했다. “적어도 이라크 민병대원 5명이 숨졌다”는 게 시리아인권관측소의 전언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친이란 민병대 공습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두 번째다.

미국이 강경책을 쓴 건 회유책이 공개된 직후다. 전날 미 NBC방송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인 JCPOA 복원 협상에서 미·이란 대표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가해진 제재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 소속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NBC에 “제재 해제가 이란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대미 요구는 일관적이다. 핵물질 생산 활동에 제동을 걸고 싶으면 제재부터 풀라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더이상 받지 않겠다는 의회 의장의 전날 선언 역시 이를 관철하기 위한 압박 성격이다. 강경 보수 세력이 장악한 이란 의회는 지난해 12월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되자 농축 우라늄 농도 상향과 IAEA 사찰 중단 등 조치의 근거가 되는 법안을 의결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JCPOA 탈퇴와 제재 부활 이후 이란은 단계적으로 우라늄 농도를 높였고 이미 60%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우라늄 농도가 90%에 이르면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달 2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수도 테헤란에서 TV로 생중계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지난달 2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수도 테헤란에서 TV로 생중계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18일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고 이틀 뒤 JCPOA 복원 협상이 중단되자 어떻게든 8월 정권 교체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은 미국의 조바심이 커졌고, 핵사찰 합의 만료 시한을 앞둔 지난주에는 극대화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최근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합의 연장 때마다 이란이 자꾸 벼랑 끝 전술을 쓰는데 그러면 협상이 더 꼬일 뿐”이라고 했을 정도다. ‘당근’이 제시된 배경이다.

그렇다고 끌려가기만 할 수 없는 게 협상이다. 애초 포함되지 않았던 탄도미사일 개발과 친이란 대리 세력 지원 제한까지 제재 해제 조건으로 추가해 새 JCPOA를 이란과 맺는 게 미국의 바람이다. 이란의 중동 내 세력 확장을 저지할 수 없다는 건 미국의 대이란 강경파들이 지적해 온 JCPOA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번 공습이 대이란 협상용이자 대내 달래기용으로 발상됐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이유다.

변수는 이란의 중동 역내 최대 라이벌 이스라엘이다.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럽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란 핵 협상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2030년이 되면 이란의 핵 생산 제약을 푼다’는 JCPOA의 일몰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게 이란 핵의 타깃이 자국이라 믿는 이스라엘의 요지부동 입장이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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