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 녹아 집 잃어가는 알래스카 에스키모
가뭄과 부실 상수도에 원정 떠나는 나바호
'환경정의' 외치던 바이든 대통령 '나 몰라라'
미국 서부 알래스카주(州) 원주민인 에스키모는 지금 집을 잃어버릴 위기다. 꽁꽁 얼어붙은 영구동토층에 위치한 마을의 땅이 지구온난화 탓에 녹고 있기 때문이다. 만조 때는 건물 밑에 물이 차오르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자란다. 땅이 녹아 뒤틀린 바닥 탓에 문을 닫기 힘들 지경이다. 에스키모 유픽족이 모여 살고 있는 체포나크 마을에서 교사로 일하는 엘리자 투누척은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이곳을 사랑하지만 이주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에스키모족뿐 아니다. 미 여러 주에 흩어져 사는 인디언, 즉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홍수로 침수 피해를 입고 가뭄으로 식수를 얻지 못하는가 하면 작물 재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현지시간) NYT는 각 주의 원주민 거주지가 지구온난화, 가뭄, 해수면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는 바람에 원주민들이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서쪽 끝 알래스카에서 남동쪽 끝 플로리다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 분포한 원주민들이 이상 기후 현상에 살 곳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잊을 만하니 다시 닥쳐 온 비극이다. 처음부터 인디언들이 척박한 지역에 살았던 건 아니다. 백인 정착민과 정부가 인디언들을 대륙의 가장 메마른 땅으로 내몰았다. 이제 이들은 다시 한번 살 곳을 잃을 처지다. 환경의 위협이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면서다.
미 서부 워싱턴주 북서쪽 올림픽 반도에 모여 사는 퀼루트족은 잦은 폭풍과 홍수로 침수 피해를 감내해야 하기 일쑤다. 과거 원주민 저(低)지대 이주 정책에 따라 강제로 옮겨진 게 따지고 보면 피해의 근원인데 정작 정부의 피해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원주민 거주지 대부분이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재난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서부 지역의 심각한 가뭄은 최대 규모 인디언 부족인 나바호족의 물 부족 현상을 불러왔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가뭄과 부족한 상수도 시설 탓에 나바호족 일부 주민은 1주일에 두 차례 50분 거리 뉴멕시코에 있는 ‘물 충전소’를 찾아 물을 구해야 한다. 연방정부에 따르면 공동 우물의 물을 공급하는 나바호족 동부 지역의 지하수 역시 급격히 고갈되고 있어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게 뻔하다.
이렇게 인디언들의 피해가 극심한데도 정부의 대처는 미진하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정부가 이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도 이들을 돕거나 보호하는 대신 그저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환경 정의’를 강조했다.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만큼 이를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게 그의 호소였다. 그러나 올 3월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2조 달러(2,260조 원) 규모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계획에 포함된 원주민 환경 관련 대책은 보잘것없다. 물 프로젝트, 취약 부족 이주 관련 대책 정도에 불과하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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