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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포함 상반기에만 5조 투자... 시험대 오른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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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포함 상반기에만 5조 투자... 시험대 오른 정용진

입력
2021.06.28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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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상반기 투자액 중 이베이가 68%
포트폴리오, 오프→온라인 중심 대전환 시도
후속 비용 만만치 않아 ‘승자의 저주’ 우려 여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올해 상반기 일정은 숨 가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2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했고 3월엔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달엔 3조4,400억 원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쏟아붓는 등 연이은 대형 투자로 ‘대담한 도전’을 이어왔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이마트를 통한 이베이 인수는 오프라인 전통 강자인 신세계그룹이 중심축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발판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신세계그룹 차기 총수인 정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로 부상했다.

정용진의 과감한 베팅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올해 상반기 투자비용은 확정된 금액만 4조9,669억 원이다. 이 가운데 이베이 인수에 가장 큰돈을 썼는데 후속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신세계그룹은 앞으로 4년간 1조 원 이상을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을 선별·포장·배송해주는 풀필먼트(Fulfillment) 센터에 집중 투자한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 전국 주요 도시에 포진한 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2021년 신세계그룹 투자 활동. 그래픽=강준구 기자

2021년 신세계그룹 투자 활동. 그래픽=강준구 기자

상반기 과감한 투자의 중심에는 정 부회장이 있다. 프로야구단과 W컨셉 인수 등은 그의 작품이고 이베이 투자도 마찬가지다. 등기임원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은 이마트 최대주주로 그룹 차원의 투자 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 인수 확정 뒤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는 정 부회장의 발언을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이전에도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오는 등 크고 작은 경영적 능력을 보였지만 이번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상반기 투자들의 면면은 기존 유통사업의 일환이 아닌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베이 인수로 이마트는 사업 부문 내 온라인 비중이 50%에 달해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게 됐다. 체질 개선에 성공한다면 정 부회장은 사업적 판단 및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커진 셈이다.

이베이 포기한 롯데와 비교 불가피

이베이코리아 매각금액을 두고 적정성 논란이 있었어도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측은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게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딜”이라고 설명했다.

성패는 온·오프라인 종합 플랫폼으로 원활하게 전환하느냐에 달렸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의 유료 멤버십 회원 270만 명과 국내 최대 규모 판매자를 얻게 된 점은 긍정적 요소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2.4%에 불과했다.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물류나 배송 서비스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이베이 인수전에서 네이버가 막판에 발을 빼 이마트가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한 데다 후속 비용도 상당하다. 입찰 때 3조 원대 이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유통 라이벌 롯데쇼핑은 이베이 인수 대신 다른 방향의 경쟁력 확보로 돌아섰다. 투자비와 소요 시간을 고려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이베이를 택한 신세계와 포기한 롯데와의 비교도 불가피해졌다. e커머스 업계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번 선택의 결과는 몇 년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상징적인 의미는 있어도 아직 경쟁자들을 긴장시킬 만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e커머스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처음 있는 시도가 아닌 만큼 앞으로 어떤 파급력을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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