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싱크홀' '블랙 위도우' 등 개봉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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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는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남북 외교관 이야기를 그렸다. 김윤석과 조인성, 허준호 등이 출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냉탕일 줄 알았다. 이달 초만 해도 찬바람이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극장 주변에선 유난히 강했다. 올여름 극장가는 한국 영화 대작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급반전이 있었다. 제작비 200여억 원이 들어간 ‘모가디슈’가 여름 개봉을 선언했다. 극장들이 환호할 소식은 이어졌다. 145억 원으로 만들어진 재난영화 ‘싱크홀’이 여름 공개를 발표했다. 썰렁할 걸로 예상됐던 여름 극장가가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이다.
대작 몰리며 대목 구색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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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블랙 위도우'는 다음 달 7일 개봉하며 여름 흥행 대전의 막을 연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여름 시장 출사표를 던진 영화 면면을 보면 코로나19 유행 이전을 떠올리게 한다. 일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가 다음 달 7일 개봉한다. 마블 영화를 통해 인기를 끈 슈퍼 히어로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가 이야기 전개를 주도한다.
마블에 대적하는 DC영화가 맞불을 놓는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8월 개봉한다. 2016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속편이다. 인기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 2편을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 영화 ‘모가디슈’(다음 달 28일 개봉)는 외형만으로도 눈길을 잡는다. ‘베테랑’(2015)으로 1,000만 관객을 모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사지를 빠져 나오려는 남북 외교관들의 사연을 그렸다. ‘싱크홀’은 땅이 꺼지면서 빌라 전체가 지하로 추락한 후 벌어진 이야기를 다뤘다.
여름 극장가에 한국 대작이 잇따라 나오기까진 극장들의 노력이 컸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는 ‘모가디슈’와 ‘싱크홀’의 경우 극장에서 제작비의 50%를 벌 때까지 수익을 챙기지 않기로 했다. ‘싱크홀’은 공개 시기가 불분명했으나, 제작비 보전 카드가 제시된 후 여름 개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가디슈’는 제작비 보전 발표 전 개봉 시기를 결정했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여름 시장에 나서면서 ‘인질’(8월)과 ‘방법: 재차의’(다음 달 28일)도 여름 대전에 참전한다. ‘인질’은 유명 배우 황정민이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다. ‘방법: 재차의’는 연상호 감독 각본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방법’을 스크린으로 옮긴 공포다. 두 영화의 개봉에는 여름 시장이 예상 밖으로 활기를 띠리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코로나19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지며 극장에 대한 안심도가 많이 높아져 개봉이 늘고 있다”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등 여러 외화가 흥행하며 볼거리가 있으면 관객이 온다는 걸 확인한 점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작은 영화 궁지 몰린다” 볼멘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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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싱크홀' 포스터.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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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질' 포스터. NEW 제공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예년 여름시장에 비해 대작은 적지만 전체 관객이 줄어든 상태에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제작비 50% 보전에 대한 형평성 문제 제기와 더불어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극장들은 한국 영화 5편을 먼저 본 후 ‘모가디슈’와 ‘싱크홀’을 제작비 보전 영화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가디슈’의 제작비 50%는 100억 원 이상으로 100만 명 이상 관객이 들기 전까진 극장이 가져가는 수익은 ‘0’이다. ‘싱크홀’은 80만 명가량 모은 이후부터 극장 몫이 생긴다. 극장들이 수익을 최대한 챙기기 위해 두 영화 상영관과 상영 횟수를 무리하게 늘릴 가능성이 있다. 한 독립영화 관계자는 “대형 상업영화만 수익을 일부 보전해주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며 “작은 영화는 코로나19에 밀리고 상업영화에 치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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