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해자 고통 감히 가늠할 수 없어"
초등학교 3학년 딸을 잔인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와 계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이규훈) 심리로 25일 오전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한 친모 A(28)씨와 계부 B(27)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나이 어린 아이를 양육할 의무를 저버린 채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대소변 실수를 교정하기는커녕 옷걸이와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며 "대소변을 먹게 하기도 하는 등 장기간 학대를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겪었을 공포와 고통은 감히 가늠할 수 없다"며 "학대를 지켜본 아들(피해자의 오빠)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고통은 어떻게 보듬어 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A씨 부부는 3월 2일 인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딸 C(9)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양 시신 곳곳에선 멍자국이 발견됐고 몸무게도 또래보다 10㎏가량 적은 15㎏ 안팎으로 추정될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 A씨 부부의 학대는 C양과 C양의 오빠(10)가 3년간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온 2018년 1월 시작됐다. A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C양과 아들을 낳았고 이혼한 뒤 2017년 B씨와 혼인했다.
A씨 부부는 C양이 거짓말을 한다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온몸을 마구 때리고 1시간 동안 손을 들게 하거나 '엎드려 뻗쳐'를 시키는 등 35차례나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부터는 대소변 실수가 잦다며 C양에게 맨밥만 줬고 같은 해 12월부터 사망 전까지는 하루 한 끼만 주거나 물조차 주지 않고 굶기기도 했다.
C양은 사망 이틀 전부터 밥과 물을 전혀 먹지 못했다. A씨는 딸이 사망 당일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옷을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키기도 했다. 딸이 2시간 동안 몸에 물기도 닦지 못한 채 화장실에서 쓰러져 방치된 사이 B씨는 아들과 TV를 보거나 휴대폰 게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C양을 때릴 때 사용한 옷걸이를 부러뜨려 베란다 밖으로 던지고, 아들에게 "5대 정도만 때렸다고 말하라"고 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A씨는 앞서 지난 3일 열린 2차 공판에서 딸이 숨진 당일 딸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걸 알고도 학대 사실이 알려질까 봐 제때 신고를 못했다고 진술했다. 법정에서 학대 혐의만 인정하고 살인 혐의를 부인한 B씨도 딸 사망 당일 오후 2시 30분쯤 귀가해 딸의 호흡과 맥박이 없는 것을 확인했으나, 119 신고는 6시간 후에 했다.
A씨 부부는 올해 3월 기소된 이후 2차 공판 전까지 각각 8차례와 5차례 반성문을 써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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