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팬덤 다룬 책들 쏟아져
김영대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연혜원 등 공저 '퀴어돌로지'
‘아이돌셀러’라는 말이 있다. 유명 아이돌이 읽거나 추천해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일컫는다.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천하거나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기만 해도 다음 날 베스트셀러 순위가 들썩인다.
지금껏 책 바깥에서만 출판 시장을 움직여왔던 아이돌이 이제는 책 안으로 들어왔다. 논픽션, 픽션을 가리지 않고 아이돌을 주제로 삼은 책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선도하는 K팝 아이돌의 성취와 산업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아이돌 책’ 역시 아이돌 세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준다.
아이돌 음악…순수하고 꿈이 숨쉬는, 가장 인간적인 장르
음악평론가 김영대의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는 전 세계 대중음악 판도를 뒤흔드는 K팝 아티스트 10팀의 음악 세계를 들여다보고 아티스트로서 그들의 면모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블랙핑크, 태민, 태연, NCT, 레드벨벳, 데이식스, 이달의 소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까지 총 10팀이 분석 대상이다.
“독보적인 퍼포머로서의 태민”과 “21세기 글로벌 팝 산업에서 케이팝의 위상과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사례”로서의 블랙핑크, “가장 콘셉트에 충실한 그룹이면서 그 누구보다 자신들의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그룹”으로서 ‘이달의 소녀’를 조명한다. 나아가 케이팝 아이돌이 거둔 성취에 대한 인정과 음악적 평가가 거의 부재한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아이돌 음악은 한편으로 가장 상업적이면서 통제된 장르지만, 동시에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노력과 꿈이 숨쉬는 인간적 장르”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선입견을 내려놓고 세상을 흔들고 바꾸고 있는 이 새로운 움직임을 하나의 예술로서 받아들이고 그들의 음악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케이팝과 퀴어함, 퀴어팬덤의 복잡한 관계
‘퀴어돌로지’는 K팝 아이돌과 그 팬덤을 ‘퀴어’의 시각으로 사유하는 독특한 책이다. 동성 그룹 멤버들을 커플로 등장시켜 소설을 창작하는 ‘팬픽’ 문화는 아이돌 팬덤의 오래된 하위문화 중 하나였다. 이처럼 ‘팬픽이반’, ‘팬코스’, ‘연성’, ‘알페스’ 등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향유돼 온 퀴어 문화를 들여다보는 한편, K팝과 퀴어함, 퀴어팬덤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다룬다.
퀴어 문화 연구자부터 서울대 일본연구소 조교수, 성교육 전문가와 소설가까지 다양한 필자의 글을 한데 모은 만큼 책의 성격도 다채롭다. ‘여성-퀴어 페미니스트가 걸그룹을 사랑하는 법’(아밀)부터 ‘전형적이지 않은 여자 가수들의 계보: 톰보이, 걸크러시 그리고 여덕의 퀴어링’(한채윤), ‘남성 아이돌 알페스 문화 속의 트랜스 혐오: ‘트랜스적인’ 세계 속의 아이러니한 ‘트랜스 혐오’에 대하여’(권지미), ‘케이팝의 젠더퀴어한 미학’(연혜원) 등 K팝 아이돌을 씨줄로, 퀴어문화를 날줄로 해 흥미로운 책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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