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함께 밀어서 바다로
늪에 빠진 장수거북이 허우적댄다. 세 사람이 뒤에서 밀자 앞발을 쳐대며 앞으로 나아간다. 숨이 찼는지 늪 가장자리에서 숨을 고른 뒤 다시 앞발로 땅을 딛는다. 해변까지 도달한 장수거북을 여러 사람이 민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 장수거북은 바다로 돌아간다. 인도네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장수거북 구조 장면이다.
25일 콤파스닷컴 등에 따르면 이 장수거북은 10일 밤 북부술라웨시주(州) 미나하사의 해변 뒤편 늪에 있었다. 몇몇 주민이 생일잔치를 하기 위해 해변에 갔다가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장수거북을 발견했다. 장수거북은 이틀간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 주민은 "장수거북이 아마 알을 낳으려고 해변에 왔다가 길을 잃고 늪에 갇힌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거북이 멸종위기동물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주민들은 다음날 장수거북을 돕기 위해 모여들었다. 장수거북이 너무 무거워서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 실제 장수거북은 자라면 무게가 200㎏ 안팎이다. 주민들은 힘을 합쳐 장수거북을 뒤에서 밀었다. 장수거북이 이동하기 편하게 길을 열기 위해 주변에 널브러진 나뭇조각 등 장애물도 모두 치웠다. 구조에는 약 2시간이 걸렸다. 바다와 맞닿은 해변에 도착한 장수거북은 성큼 물 속으로 헤엄쳐 갔다.
장수(將帥)거북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위기 동물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단계인 '위급'에 속한다. 사냥 당하고, 알을 뺏기고, 그물에 걸리고, 배와 충돌하고, 비닐 같은 플라스틱을 먹고 장폐색에 걸리는 등 인간들에 의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대부분 거북들과 달리 등이 뼈로 이루어지지 않고 살로 이뤄져 있다. 등 표면은 가죽질 피부로 덮여 있어 영어 이름이 가죽등(leatherback)거북이다. 몸길이가 2m에 육박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북으로, 전체 파충류 중에서도 세 종류 악어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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