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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기부 왜 하냐고요? 젊으니까, 뜨거우니까,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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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기부 왜 하냐고요? 젊으니까, 뜨거우니까, 사랑하니까!"

입력
2021.06.26 16:33
수정
2021.06.2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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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기부 하는 청년들
25㎝ 이상의 머리카락으로 가발 만들어?
항암치료 소아암 아동들에게 전달?
빠진 머리카락 모으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모발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예나래(22·대가대 사회복지학), 김신오(31·영남이공대 간호학), 함성우(19·대가대 산업디자인), 이채연(24·경북대 신문방송), 김다현(25·경북대 지구과학교육)씨. 김광원 기자

모발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예나래(22·대가대 사회복지학), 김신오(31·영남이공대 간호학), 함성우(19·대가대 산업디자인), 이채연(24·경북대 신문방송), 김다현(25·경북대 지구과학교육)씨. 김광원 기자


"모발 기부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부라고 생각해요."

소아암은 아동 질병 중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1,200여명이 걸린다. 이들은 항암치료를 진행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고, 주위의 시선 등으로 정서적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향균처리가 된 환자용 인모 100% 가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지만 가격이 만만찮다. 머리카락 기부가 필요한 이유다. '어머나운동본부'에서는 25㎝ 이상의 머리카락을 기부받아 특수가발을 제작해 소아암 환자에게 전달한다. 모발 기부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만나 기부를 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겪는 어려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에는 기사를 정리한 이채연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를 비롯해 김다현(25·경북대 지구과학교육), 최예나래(22·대가대 사회복지학), 함성우(19·대가대 산업디자인), 김신오(31·영남이공대 간호학)씨 등이 참여했다. 이 인턴기자는 2년 전 어머니의 권유로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하고 현재까지 머리를 기르고 있다.

_기부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김신오: 평소 머리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요. 나를 위해 준비된 기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성우: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의 영향을 받아서 나도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왔어요. 입대하기 전까지 열심히 길러서 기부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군복무를 시작하고 싶어요.

최예나래: 어릴 때부터 머릿결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고, 내 건강한 모발이 아이들에게 좋은 가발이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김다현: 고등학교 재학 중에 주변에 모발기부를 하는 사람을 보고 동참하게 되었어요.

이채연: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오랫동안 길러온 내 머리카락이 누군가에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했습니다.

_주변의 반응은?

김신오: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해봤자 덤덤하게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정도랄까요.

함성우: 부모님께 모발기부를 위해 머리를 기르겠다고 말씀드리니, 아버지께서 별스럽다는 반응을 하시더라구요. 주변 친구들 반응도 시큰둥해요.

최예나래: 대단하다고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아니꼽게 보는 시선도 좀 있었어요. 주기적으로 모발 기부를 위해 머리를 기른다고 하니 별나다고 말하는 애들도 있었구요.

이채연: 머리를 기부하고 SNS에 올렸는데, 대단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제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소아암 환우를 위한 모발기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_주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성우: 별나다는 시선보다는 봉사하는 사람을 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최예나래: 모발기부는 코로나 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봉사라고 생각하거든요. 남과 함께하지 않고 충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기부니까 같이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김다현: 저도 마찬가지로, 모발 기부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봉사니까, 친구들에게 함께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_나에게 기부 마인드를 심어준 '기부 스승'이 있다면?

김신오: 대구파티마병원에 근무하는 유다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님을 꼽고 싶습니다. 이분도 소아암 환우를 위해 모발을 기부하신 분입니다.

함성우: 저희 어머니와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요. 어머니는 짜장면 장사를 하시는데, 항상 손님들께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노력하세요. 베푸는 게 습관인 사람이라고 할까요. 또 제가 어릴 때 ADHD가 심했는데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때, 저에게 더불어 나누는 삶이란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셨어요.

_힘들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김신오: 기부하고 나면 단발머리가 되는 게 속상해요. 저는 솔직히 단발보단 긴 머리가 좋거든요. 그래서 긴 머리를 유지하면서 모발기부를 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고심했어요.

함성우: 이렇게 길게 길러본 적이 없어요. 모발 관리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원래 염색을 즐겨했는데, 모발 기부를 위해 자제하고 있기도 해요.

최예나래: 모발 관리가 불편한 것도 맞지만, 그것보다도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별스럽다는 반응도 많고, 붙임성 좋은 할머니들은 초면인데도 “머리 길다. 잘라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김다현: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용하는 머리망을 써야 할 때가 있는데 머리가 길다 보니 망 안에 다 안 들어가요.

이채연: 25cm이상부터 기부가 가능하다 보니, 머리를 생각보다 많이 길러야 해요. 빠지는 모발의 양이 상당해서 바닥 청소를 자주 해야 합니다.

_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김신오: 탈락모를 모아서 기부하는 방법도 있고, 속머리를 가닥가닥 잘라서 기부할 수도 있어요. 머리를 자르지 않고 기부하는 방법이죠. 지금은 열심히 탈락모를 모으는 중이에요.

함성우: 앞머리가 눈을 가리기 시작할 즈음부터 너무 힘들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주변 여자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머리띠를 하고 모자를 쓰라고 조언해줘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편해요!

_소아암 환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신오: 힘내서 노력 중인 환우분들 마음속 깊이 응원합니다. 건강해져서 이겨내고 나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어떤 일들도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보호자분들도 힘내세요!

함성우: 제가 보낸 작은 응원이 환자분들에게 작게나마 용기가 될 거란 생각을 하면 마음이 뜨거워져요. 봉사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싶어요. 어린 친구들이 건강해져서 멋지게 살아가도록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최예나래: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우리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의 곁에는 우리가 항상 있어요. 사랑해요!

김다현: 어린 친구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겠지만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러분을 지키는 부모님부터 멀리서나마 작은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이채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환우분들과 가족분들에게 저의 모발이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은 한번도 못 봤지만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어린 친구들, 파이팅!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이채연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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