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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혐오' 광풍에 멍드는 스포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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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혐오' 광풍에 멍드는 스포츠계

입력
2021.06.24 18:13
수정
2021.06.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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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3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더 올림픽 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첫날 1번 그린에서 버디를 잡고 갤러리에 인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박인비가 3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더 올림픽 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첫날 1번 그린에서 버디를 잡고 갤러리에 인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최근 미국 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아시아계 차별과 혐오가 스포츠계로도 휘몰아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아시아계 선수들의 경험담을 통해 아시아인들을 향한 미국 사회 차별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LPGA 투어 통산 21승을 거둔 '골프여제' 박인비는 아직도 "다른 박씨 선수들과 친척인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받는다고 밝혔다. 현재 LPGA에는 박인비 이외에도 박성현과 애니 박 등 박씨 성을 가진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박세리, 박지은 등 과거에 활약했던 선수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박씨 성을 가진 선수들이 모두 친척이냐는 질문은 아무리 한국 문화에 대해 지식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이해해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박인비의 시각이다.

LPGA 데뷔 후 14년이 지난 박인비는 대회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나 앵커가 한국계 선수들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면 SNS를 통해 올바른 발음을 알려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계속 틀린 발음을 고집하는 아나운서나 앵커가 있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 탓에 미국 생활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LPGA에서 통산 9승을 올린 최나연은 지금까지는 어머니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어머니에게 미국에 올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어머니가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계 미국인 선수인 크리스티나 김은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그에게 ‘쿵 플루’에 대해 언급하는 데 신물이 났다”고 말했다. 쿵 풀루란 중국 무술 ‘쿵후’와 독감을 의미하는 ‘플루’를 합성한 단어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인종 차별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아시아 출신 선수들은 미국에서 영어로 놀림받지 않으려 일부러 영국식 영어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13일 강원 평창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이 가족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13일 강원 평창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이 가족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피할 수 없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이인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은 지난 4월 ESPN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아시아계 증오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내게 침을 뱉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는 백인 소녀의 금메달을 빼앗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있다. 집 밖에 나설 때는 항상 전기충격기와 호신용 칼을 휴대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심지어 집 밖에서 부모님과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그만둬야 했다”고 항변했다.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 역시 여러 차례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된 바 있다. 손흥민은 지난 4월 12일 열린 맨유전에서 전반 맨유 스콧 맥토미니의 팔에 얼굴을 맞아 쓰러졌다. 이때 맨유의 득점이 취소되면서 논란이 되어 한동안 맨유 팬들의 극심한 악플과 인종차별 메시지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고양이와 박쥐, 개나 먹어라”, “쌀 먹는 사기꾼” 등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인종차별 댓글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손흥민에게 악플을 단 영국 누리꾼 일부는 인종 차별적 학대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으며, 맨유 구단은 손흥민에게 욕설을 저지르며 클럽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팬들에게 출입 금지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룡 얼굴이 그려진 농구화를 신은 스테판 커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트위터

이소룡 얼굴이 그려진 농구화를 신은 스테판 커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트위터

이 같은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계속되자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지난 4월 애틀란타 호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홍콩의 전설적 액션스타 ‘이소룡’(리샤오룽·브루스 리)의 모습이 그려진 농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섰다.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생전의 이소룡이 즐겨 입었던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트레이닝복을 연상시키는 듯한 색상의 신발에는 이소룡의 얼굴과 함께 그가 생전에 했던 ‘하늘 아래 우리는 모두 한 가족(Under the heavens, there is but one family)’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도 자신의 SNS에 “우리의 피는 모두 같은 색이다. 혐오는 멈춰라. 사랑과 평화가 모두에게 함께하길”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무방비한 아시안 공격은 그만! 대신 나와 싸워라!”라고 적어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항의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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