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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대전의 활약을 주목한다

입력
2021.06.2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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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올라온 함안 39사단 부실 급식 관련 게시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지난달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올라온 함안 39사단 부실 급식 관련 게시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요즘은 매일 육대전을 살핍니다. 내용을 꼼꼼히 보고 대응할 게 있으면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서둘러 군의 입장을 알려야 하니까요."

얼마 전 만난 군 관계자로부터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을 군이 꼬박꼬박 챙긴다는 것이었다.

육대전은 최근 군대 내 부실 급식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부실한 급식 문제를 꺼내며 "송구하다"고 했다.

그런 육대전은 처음 생긴 5년 전만 해도 소박했다. 20대 예비역 김주원씨가 군 생활 관련 소소한 정보를 후배 사병들과 공유하고자 만들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찾는 이 없이 썰렁했다.

23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MZ세대, 소통의 육군문화 혁신'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육군훈련소가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김주원씨가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육군 제공·연합뉴스

23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MZ세대, 소통의 육군문화 혁신'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육군훈련소가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김주원씨가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육군 제공·연합뉴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군은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 등을 대상으로 부대 내 격리를 진행했는데, 격리 중인 병사들이 급식과 격리 환경의 문제점을 직접 찍은 사진과 설명을 덧붙여 육대전에 올렸다.

특히 육대전은 온라인을 통한 정보 공유와 공감이 어떻게 영향력을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줬다. 한 병사가 육대전에 첫 제보를 올리고 나서 다른 부대 병사들이 줄줄이 뒤를 이었고, 사람들은 '이게 한두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걸 알게 됐다. 누리꾼들은 함께 안타까워하며 군을 비판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군 당국도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했다.

요즘 SNS나 커뮤니티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올린 작은 정보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갑질 고객의 횡포로 힘들다는 자영업자의 하소연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을 해결했던 경험을 공유한다. 심지어 직접 찾아가 일을 돕고 후원금과 선물을 보내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물론 여전히 상당수 게시물은 넋두리나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일방적 주장 그리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비난 등이다. 하지만 자신의 폭로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진이나 폐쇄회로(CC) TV, 블랙박스 영상과 함께 육하원칙에 맞추려 애쓴 글들도 많다.

A씨는 아파트 단지 내 이중 주차하는 얌체 운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한 언론사에 메일로 제보를 해봤다. 그런데 절차가 너무 복잡했고, 한참 기다려도 답이 없어 뒤늦게 다시 연락했더니 "미안합니다. 본사 편집 보도 방향과 달라서..."라며 기사화가 힘들다는 답을 들었다.

그는 같은 내용을 곧이어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그랬더니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는 댓글과 함께 자신들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던 정보를 알려줬고, 덕분에 상황을 잘 마무리했다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기자들로부터 취재하고 싶다는 쪽지와 댓글을 여러 개 받았다는 것. 그는 "기자들처럼 능수능란하지 않지만, 일반인끼리도 정보를 나누고 서로 응원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육대전은 지난해 인터넷 신문사로 등록한 데 이어 최근 비영리 민간임의단체로 새출발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 수도 200명이 넘어섰다. 김주원씨의 "회원들과 함께 더 많은 의견을 듣고 꼼꼼히 사실 확인을 하려 한다"는 말에서 큰 위기감을 느꼈다. 오래된 언론사에 다니는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박상준 이슈36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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