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회의실.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와 고객센터(콜센터) 노조 대표가 마주 앉았다. 양측 간 갈등에 사용자라 할 수 있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기이한 단식투쟁까지 벌여가며 마련한 자리이자, 고객센터 직원 1,600명에 대한 직고용 문제가 거론된 2019년 이후 처음 서로 마주한 자리였다.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장... 4가지 방안 논의키로
이날 회의의 공식 명칭은 '4차 사무논의협의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의 민간 위탁 업무도 직고용 대상에 포함시키되 직고용 여부는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무논의협의회에서 결정토록 했다. 고객센터 노조가 직고용을 요구하면서 2월 파업에 돌입하자 공단은 협의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파열음이 났다. 협의회는 사측 2명, 양 노조 2명, 전문가 5명 등으로 구성됐는데 공단 노조는 민간위원 5명이 '편향된 인사'라며 협상을 거부했다. 논의가 막히자 고객센터 노조는 10일 2차 파업을 했다. 김 이사장의 기이한 단식 농성은 이때 시작됐다. 이후 양측 노조는 협상장에 마주앉기로 했다.
이렇게 성사된 이날 첫 회의에서 9명의 위원들은 일단 △민간위탁 지속 △자회사 전환 △소속기관 전환 △직접고용 등 4가지 방안을 두고 매주 금요일 회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간위탁 지속은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등 건보공단 이외 4대 보험 고객센터는 직영화를 완료했기에, 건보공단 고객센터만 민간위탁 방식을 유지하긴 어렵다는 데 위원 대부분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결국 남은 건 직고용이냐, 아니면 자회사나 소속기관 등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이냐의 문제다.
건보노조 내부 갈등도 확산... 공단 TF 꾸리기로
고객센터 노조는 다른 길이 없다. 오직 직고용만 요구하고 있다. 별도 법인을 만드는 자회사 형태는 고객센터 노조가 보기엔 '작은 용역에서 큰 용역으로의 이동'에 불과하다.
건보공단은 '공단 산하 일산병원'과 같은 소속기관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속기관은 공단과 같은 법인에다 정관 등도 모두 똑같고 자회사와 달리 예산편성(특별회계)을 통해 운영된다. 다만 공단과 별도 기관으로 간접 운영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고객센터 노조가 보기엔 "공단과 직접 단체협상을 하는 방식이 아니면 민간위탁과 유사한 간접고용에 불과하다"고 반대했다.
건보공단 노조 측 분위기는 복잡하다. 노조 집행부는 직고용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직군 분리 등의 방식으로 조직·임금·복지 등에 명확한 칸막이가 세워진다면 노조원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알려지자 일부 강경파들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다음 달부터 협상을 지원하는 조직지원부(TF)도 만들어 운영한다. 하지만 협상을 둘러싼 갈등의 파고는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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