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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내로남불, 관중 있는 정치에서 온정주의 경계 못한 탓"

입력
2021.06.24 16:00
수정
2021.06.24 20:3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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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응시] 이동학 민주당 청년최고위원 인터뷰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다 사회적 신뢰까지 깨는 사건이 이어진 결과가 민주당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근 기자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다 사회적 신뢰까지 깨는 사건이 이어진 결과가 민주당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 대표 경선으로 시작된 ‘이준석 바람’이 지나가는 돌풍에 그치지 않고 커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당직자 경쟁 선발 방침에 따라 진행되는 최근 대변인단 구성에는 4명 뽑는데 564명이 지원해 무려 14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 열기 못지않게 눈에 띄는 것은 지원자의 73%가 20, 30대라는 점이다.

최근 한 달간 국민의힘 입당자가 2만 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10배에 이르는 역대급 입당 러시의 상당수도 청년 세대라고 한다. 불모지 호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노년층 중심의 수구 보수당, 영남 지역당이라는 낡은 이미지와 결별할 모처럼의 기회를 반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반대로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갈수록 초조해지고 있다. 탄핵의 열망을 안아 정권을 잡았고 총선 압승까지 했지만 민주당은 갈수록 내로남불당, 진보 꼰대 집단 이미지만 깊어 간다. 국민의힘의 갑작스런 변신으로 대비는 더 도드라졌다. 이대로 가면 대선 필패라는 위기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주당 이동학 최고위원을 23일 국회에서 만났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선출을 두고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족적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경쟁 정당 대표를 향한 보기 드문 환영 인사다.

“덕담을 한 것이다. 우리 정치는 공격에 익숙해 있다. 그 공격이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고 비난에 그친다거나 상대를 무너뜨리려고 안간힘 쓰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마이너스의 정치가 아니라 플러스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국민의힘 당원과 국민이 국민의힘에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투영한 결과, 한국 정치에서 나오기 힘든 선택인 이준석 현상이 나타났다. 그처럼 우리 당에서도 변화와 쇄신의 움직임이 일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돈과 권력을 중시하는 5070 꼰대’ 이미지의 국민의힘에서 어떻게 의원 경험이 전무한 30대 대표가 등장할 수 있었다고 보나.

“국민의힘은 지난 대통령 선거와 이후 지방선거, 총선에서 대패했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 체제에 대한 불만이 계속 누적돼 왔을 것이다. 흔히 민주당을 ‘50대 꼰대’라고 하지만 거기는 ‘70대 꼰대’다. 그렇게 한계점에 도달한 불만이 드디어 반작용을 일으켜 스프링 튀듯 튀어오른 것이 이준석 현상이다. 바닥까지 주저앉는 정도로 망하지 않았더라면 나오기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이준석 개인이 정치권과 방송을 누비며 보여주고 쌓아온 공력이 이런 상황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국민의힘에 젊은층 입당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등장이 국민의힘의 외연을 넓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입당의 절반 이상이 20, 30대라는 것은 눈여겨볼 사건이다. 젊은층 일부가 이준석 체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이 대표가 SNS에 능숙하다거나 정치인의 상징과도 같은 검정 세단이 아니라 지하철과 자전거를 타는 등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 대표의 메시지가 20대 남성이 갖는 사회적인 소외감을 귀담아듣고 잘 대변해준다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소구력이 있다.”

-청년 세대 지지율은 오랫동안 민주당이 독점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젊은층, 특히 20대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에 20, 30대는 늘 당을 지지해주는 ‘상수’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그 탄탄한 토대가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탄핵 이후 대선도 그렇고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준 것은 그만큼 유권자의 희망과 기대가 컸다는 뜻인데 그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젊은 세대의 경우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을 보여주기 바랐지만 부족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나.

“청년 취업 문제를 만족할 수준으로 풀어갈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148만 명 정도이던 29세 이하 장기 미취업자 숫자가 2019년에는 154만 명으로 늘었다. 일자리 책임지겠다고 상황판까지 만들었지만 더 안 좋아졌다. 그 과정에서 공정 문제까지 불거져 반감을 샀다. 저성장에다 글로벌 경쟁 가속화, 빠른 기업 혁신 주기 등 경제 환경 변화로 어려움이 커진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가 좋다고 할 수 없다.

부동산 문제도 LH 사건 같은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다. 여권 지방자치단체장의 잇따른 성비위까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사회적 신뢰까지 깨는 사건이 이어진 결과가 총체적으로 지지율에 반영되고 있다.”

-민주당은 ‘내로남불’ ‘무원칙’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럴 만한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는데도 별로 개선되는 것 같지 않다.

“내부에 온정주의가 있다. 어쨌든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 인간적인 연민 같은 것도 작용한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치는 상대가 있고 관중이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거나 팔이 안으로 굽으려고 할 때 관중을 의식해야 한다. 온정주의를 경계하고 철두철미하게 관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민주당이 최근 부동산 전수조사 후 12명의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은 이미지를 바꿔갈 기회였다. 그런데 일부 의원의 이의 제기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이미지만 굳어지는 것 아닌가.

“국가권익위원회 조사는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억울한 의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 부합하려고 지도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다. 아직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몇몇 의원들도 이런 사정을 이해해 결국 나가는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

-젠더 갈등이 심상치 않다. 같은 20대라도 남녀에 따라 지지 성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는 20대 남성의 지지가 유난히 낮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성 우위의 사회다. 하지만 2030만 떼어 놓고 보면 여성 우위 사회로 볼 수도 있다. 20대는 특히 여성의 진학률이 높다. 남성은 군대도 가야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는 여성이 잘한다. 이런 상황에 주눅 들 수도 있는데 할당제까지 있으니 ‘이대남’의 불만에 이유가 없지 않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여성이 약자라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불안을 느낀다. 여성의 불만 역시 이유가 있다.

젊은층 지지가 상수이다 보니 민주당은 그동안 이들의 어려움과 필요에 귀 기울이기보다 일방적으로 공약을 던지기만 했다. 남녀의 이런 간극을 포착하지 못한 것은 큰 실수다. 만회하려면 우선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무엇을 고민하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제대로 느낄 때까지 해야 한다. 그런 뒤 이런 이유 있는 불만들을 풀어가기 위한 공동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어느 한쪽 유권자층의 환심을 산다고 바람직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의힘 대표 선출이 “민주당엔 충격적인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혁신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경쟁하겠다는 건가.

“보수가 건강하지 못해 그동안의 집권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망가져왔다. 민주당도 같은 처지다. 건강한 진보로 바꾸기 위한 변화를 당 안팎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세상은 변해가는데 이념에 갇힌 보수와 진보가 부딪히기만 해서는 발전도 개혁도 없다. 낡은 진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끌고 온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게 지금까지 진보의 논리였지만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있다. 토론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민주화 시대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희망과 기대도 많았던 시절이다. 양극화도 지금보다는 적었다. 시대가 달라졌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르신들이 은퇴하고도 계속 일을 찾는다.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돌아와 젊은이와 경쟁하는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규직화만 고집하는 것은 맞지 않다.

연공서열제 체계에서 경영자는 연봉을 많이 받는 기성세대를 어떻게든 빨리 내보내려 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요즘 직무급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방향으로 변화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여유가 생기면 청년 채용을 늘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하려는 작업을 민주당이 해나가야 한다.”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 타협을 말하는 것인가.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지금 최대치다. 그게 노동시장 안에 포화상태로 존재한다. 해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산업정책을 통해 해외에 더 많이 물건 팔아 돈을 벌든가, 그게 한계가 있다면 내부 구성원의 사회적 대타협, 재구성을 통해 재분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돈을 어떻게 나눠 줄까는 당연히 논의해야 할 주제이지만 그보다 어떻게 벌어들일까, 세수를 어떻게 확충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복지 정책 잘하려는 경쟁은 쉬운 경쟁이다. 그 재원을 어떻게 만들어낼까가 더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다. 그 해법을 찾기 위한 대토론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물꼬를 튼 북방경제, 남방경제로 활로를 열어야 한다. 청년들이 제2외국어로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 시장으로 진출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그쪽 노동력이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우리의 경제 영토를 더 넓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좁은 비커 같은 국내시장에서 세대 간에 또는 약자끼리 싸우는 구조를 이어갈 것이 아니라 더 큰 컵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문제 제기가 민주당 내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오고 토론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대선에서 증세 문제를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선다. 연금, 의료문제가 상당히 커질 것이고 복지재원은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 세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세력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고 국민에 양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증세를 말하면 표를 잃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혁신 진보다. 그동안 보수는 주로 성장을, 진보는 분배를 이야기했다. 달라진 진보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성장과 분배를 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치 관행이나 문법을 만들려면 젊은 정치인 육성도 중요하지 않나.

“민주당에서는 위원회마다 10% 청년을 할당하게 돼 있다. 이런 할당제와 가산점제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청년정치인 발탁, 양성의 토대가 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등용문 역할을 하고, 거기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공천에도 반영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연금이나 환경처럼 정책 가운데는 미래 세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들이 적지 않은데 우리 정치는 여전히 미래에 없을 사람들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구조다. 더 이상 결정은 기성세대가 하고 책임은 미래 세대가 지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위해 청년 최고위원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당내 청년미래연석회의 의장으로서 청년대표들과 원내대표, 정책위원장 등 기성세대들이 함께 청년 민생은 물론 미래 세대와 관련된 중장기 정책을 논의하는 테이블을 준비 중이다. 이 논의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 우선 과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의회를 혁신적인 체제로 바꿀 젊은 인재를 많이 등원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공천제도도 개혁해야 하고, 거기까지 가기 위한 청년 정치인 양성 기회도 다양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공천은 지금은 지역위원장이 거의 정하는 구조이지만 평가에 배심원제를 이용한다든지, 토론이나 연설 능력을 확인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능력과 기본 소양을 평가해서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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