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23일 “미국과 무의미한 접촉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미국이 제시한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선을 그은 데 이어 북한의 외교부 장관에 해당하는 리 외무상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리 외무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4박 5일 방한 일정을 마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출국과 맞물려 발표된 담화라는 점에서 미국이 제안한 ‘조건 없는 대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성 김 대표는 방한 기간 개최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을 향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우리의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사실상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북한은 그간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김여정 부부장은 전날 담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화와 대결이 다 준비돼 있다"는 언급을 두고 '흥미 있는 신호'로 해석한 미국을 향해 "꿈보다 해몽"이라며 비꼬았다. 미국의 제안에 선을 그으며 일종의 탐색전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날 리 외무상의 담화를 통해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다만 북한은 향후 대화 가능성을 아예 닫지는 않았다. 리 외무상의 담화가 두 문단으로 짧은 데다 통상 북한의 담화에 담긴 원색적인 비난도 없었다. 나름의 수위 조절을 한 것이다. 향후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방한한 성 김 대표 등을 포함해 미국의 메시지에 북한이 원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대화에 나설 명분과 환경을 마련하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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