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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 진입 영국 구축함 향해 경고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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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 진입 영국 구축함 향해 경고사격

입력
2021.06.23 22:26
수정
2021.06.23 22:3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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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국이 크림반도 인근 영해 침범"
영국은 "러시아 아닌 우크라이나 영해 지났다"
경고사격 주장도 사실 아니라며 전면 부인


영국 해군 구축함 'HMS 디펜더'가 9일 터키 이스탄불항에 닿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해군 구축함 'HMS 디펜더'가 9일 터키 이스탄불항에 닿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흑해에 진입한 영국 구축함에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 인근의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는 것이다. 영국은 러시아 영해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영해를 항해한 것이라며, 러시아 측의 경고사격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연합 훈련으로 신경이 곤두선 러시아가 서방 측 함정을 향해 과잉 반응을 한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지만, 영국이 애써 사태를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영국 해군 구축함 'HMS 디펜더'가 이날 오전 11시 52분 크림반도 남쪽 케이프피오렌트 지역으로 진입해 러시아 영해를 침범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국경초계함이 이에 대응해 두 차례 경고 발포를 했으며, 이후 전투기를 동원해 구축함의 진로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영해를 침범하면 사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디펜더함은 경고를 무시했다"며 "(디펜더함은) 경고사격을 받은 뒤 오후 12시 23분 영해를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사건 이후 주러시아 영국대사관의 국방무관을 소환해 영해 침범에 대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디펜더함은 이번 주 초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영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디펜더함에서 우크라이나의 해군력 향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다만 영국은 러시아의 영해 침범 경고 사격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당시 러시아군은 흑해에서 사격 훈련 중이었으며 영국 국방부에도 이 사실을 미리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영해 침범과 경고사격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디펜더함은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영해를 항해하고 있었다"며 "이를 겨냥한 경고사격은 없었고, 구축함의 경로에 폭탄을 투하했다는 주장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反)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성향의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암살 미수 사건 등 산적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 이상의 갈등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 산하 핵정보프로그램 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어리석은 행위와 위험한 (긴장) 고조"라며 "전쟁은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고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박지영 기자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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